“스타가 되는 것은 정확히 말해서 가능한 불가능한 일이며, 불가능한 가능한 일이다”라고 에드거 모랭은 쓴 적이 있다. 스타의 왕국 바깥에서 서성대기만 하다가 결국 그 성역에 들어가보지 못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보건대 확실히 스타에의 길은 확률상 가능보다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무명이었다가 단 하룻밤 만에 스타의 자리에 등극한 이들의 적지 않은 사례는 스타가 된다는 것이 결코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일로 보이게도 한다.
스타를 꿈꾸는 사람들이 이 두 가지 길을 떠올리며 낙담과 자기 위안 사이를 오갈 때, 오래 전부터 이들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어왔던 할리우드는 동일한 두 가지 길을 이야기의 추진력 삼아 스타 지망생들에게 경계심을 촉구하는 영화와 그들을 격려하는 영화를 내놓았다. 한편에는 할리우드에서의 성공을 꿈꾸던 이들이 실망과 환멸을 경험하고 마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이 있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기회는 언제나 열려 있는 것이라고 달콤하게 이야기하는 영화들이 나왔던 것이다. 스타덤을 다룬 영화들 가운데 고전 대접을 받는 영화인 <스타탄생>은 스타덤에 대한 할리우드의 이 두 가지 태도를 융합한 영화, 즉 스타의 상승와 몰락을 함께 이야기하는 영화다.
에스더 블라짓(재닛 게이너)은 무언가 대단한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할리우드에 온 수많은 스타지망생들 가운데 하나다. 지금은 많이 쇠락했지만 한때 대스타로 이름을 떨치던 노만 메인(프레드릭 마치)과의 우연한 만남은 에스터에게 원하던 ‘기회’를 가져다준다. 에스더의 ‘특별함’을 알아본 노만이 제작자에게 그녀의 스크린 테스트를 주선해주고 결국 에스더는 비키 레스터라는 이름으로 배우 활동을 하며 급기야 스타의 길을 걷게 된다. 서로 사랑에 빠져 결혼에 이른 노만과 에스더. 행복하게 시작됐던 둘의 결혼생활은 배우로서 두 사람의 경력의 차이로 인해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다. 성공가도를 달리는 아내에 비해 점점 잊혀져가는 존재 정도로 전락한 노만은 실패감을 이기지 못해 알코올중독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감독인 윌리엄 웰만이 회고하기를, 영화의 시사를 본 뒤 제작자인 데이비드 셀즈닉은 웰만에게 이렇게 불평했다고 한다. “완전히 잘못됐어. 전반부는 코미디이고 후반부는 비극이라니, 성공한 영화치고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건 없었다네.” 한편 과거의 대스타였던 더글라스 페어뱅크스는 셀즈닉에게 보낸 한 편지에서 <스타탄생>에서 받은 감동을 이야기하며 이렇게 쓴 바 있다. “ 전반부의 즐거움과 후반부의 가슴을 찢을 듯한 비극이 전에 보기 드문 훌륭한 결합을 만들어냈더군요.” 그 반응이 셀즈닉처럼 불평이 됐든 아니면 페어뱅크스처럼 찬사가 됐든, 여하튼 <스타탄생>이 대략 에스더와 노만의 결혼장면을 전후로 완전히 톤이 다른 두 가지 드라마, 즉 경쾌한 로맨틱코미디와 슬픈 멜로드라마를 결합해놓은 것임에는 분명하다. 그리고 이건 한편의 영화 안에서, 앞서 이야기했듯 스타의 상승이란 밝은 면과 스타의 몰락이란 어두운 면을 영화적인 재미를 반감시키지 않으며 함께 담아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임에도 틀림이 없다.
사랑하지만 서로 다른 길을 갈 수밖에 없는 두 인물을 그리면서 영화는, 스타란 에스더, 아니 비키 레스터처럼 화려하게 빛을 내는 존재이지만 그 빛은 영원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노만의 경우를 보듯 스타란 언젠가는 스러질 것이고 그때의 몰락이란 보통 사람들의 그것에 비길 수 없을 만큼 비참한 것이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스타탄생>을 할리우드에서의 성공에 대한 씁쓸한 야유와 같은 영화로 간주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물론 그런 면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할리우드에 대한 영화인 이 영화는 할리우드의 성공신화를 완전히 부정할 만큼 그렇게 멀리 가진 않는다. 오히려 영화는 그 안에서의 어떤 불행과 실패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는 한번 꿈꾸어볼 만하고 또 정복할 가치가 있는 신천지 같은 곳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영화는 할리우드에 발을 딛고 있다는 것의 벅참을 상기시키며 끝맺는다.
할리우드에 대한 영화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초창기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클래식답게 <스타탄생>은 이후 두번의 리메이크를 거쳤다. 하나는 1954년에 주디 갤런드와 제임스 메이슨을 기용해 조지 쿠커가 만든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1976년에 프랭크 피어슨 감독이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을 출연시켜 만든 것이다. 1954년작은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서 전작보다 낫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는 수작인 데 반해 1976년작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출연작이란 것 외엔 기억할 것이 별로 없는 범작이다.
홍성남/ 영화평론가 gnosis88@yahoo.com
A Star Is Born, 1937년감독 윌리엄 웰만출연 재닛 게이너, 프레데릭 마치자막 한국어화면포맷 4:3 풀 스크린오디오 돌비 디지털 모노출시사 영상프라자▶▶▶ [구매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