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od Work, 2002년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 클린트 이스트우드, 제프 대니얼스안젤리카 휴스턴, 완다 드 지저스, 티나 리포드 장르 스릴러 (워너)
이 남자는 너무 늙었다. <블러드 워크>는 범인을 쫓다가 심장 발작을 일으키는 테리 맥켈럽(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모습에서 출발한다. ‘내가 법이다’라고 당당하게 뇌까리던 더티 해리의 노년을 보는 기분은 예사롭지 않다.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하고, 동작은 둔해지고, 새까만 후배에게 멸시까지 당한다. 하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블러드 워크>는, 어른들을 위한 영화다. 전작인 <스페이스 카우보이>가 그랬듯이 삶의 황혼을 즐기는, 인생의 잠언을 이야기해도 어색하지 않을, 어른의 묵직한 발걸음을 보여준다. 느리지만 분명하게 리듬을 타고 있는 영화의 흐름도, 노인의 오래된 걸음과 닮아 있다.
<블러드 워크>는 마이클 코넬리의 소설을, <페이백>과 <기사 윌리엄>의 감독 마이클 헬겔랜드가 각색한 스릴러영화다. FBI 요원인 맥켈럽은, 살인현장에 ‘맥켈럽 나를 잡아봐’라고 적어놓은 연쇄살인범 ‘코드 킬러’를 쫓고 있다. 어느 날 현장에서 범인을 추격하던 맥켈럽은 심장 발작을 일으켜 병원으로 실려간다. 2년 뒤 맥켈럽은 심장이식을 받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퇴원한 맥켈럽에게 한 여인이 찾아온다. 그레이시엘라 리버스는 맥켈럽에게 한 여인의 사진을 보여주며 사건을 의뢰한다. 당신의 심장은, 내 동생의 것이었다면서.
알 수 없는 인연을 느낀 맥켈럽은 수사에 착수한다. 동네의 상점에 들렀다가 강도에게 총격을 당한 여인. 누구나 우발적인 범죄의 희생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일범의 사건이 또 있다는 것을 발견한 맥켈럽은 두 사건 사이에 뭔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심장이 완전하지 않아 이웃인 재스퍼 눈(제프 대니얼스)에게 운전을 부탁하며 함께 탐문수사에 나선다. 하지만 맥켈럽은 수사를 할 만한 체력이 아니다. 심문받던 용의자가 대들며 밀치자 맥없이 쓰러지고, 꼼짝없이 당한다. 노련함과 치밀한 추리로 범인에게 다가가던 맥켈럽은 마침내 하나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2년 전 맥켈럽의 은퇴와 함께 사라진 코드 킬러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 맥켈럽을 현장으로 불러내기 위하여 다시 연쇄살인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블러드 워크>는 스릴러로서 뛰어난 작품은 아니다. 사건의 얼개는 1/3 정도면 드러나고, 범인은 2/3 정도면 추측할 수 있다. 초반에 주어지는 단서와 복선을 최후까지 책임지지도 못한다. 하지만 인연에 유달리 집착하며, 묵묵하게 중심으로 파고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모습을 보는 일은 여전히 기쁘다. 장르의 즐거움이 아니라,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노년에 동참하는 기분으로 감상하면 <블러드 워크>는 충분히 재미있다.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