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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의 싹수,막스 오퓔스 감독의 <리벨라이>

Liebelie, 1933년감독 막스 오퓔스출연 루이제 울리히 EBS 3월15일(토) 밤 10시

“도대체 영원이란 건 뭐지?” <리벨라이>에서 한 여성은 연인에게 이렇게 묻는다. 글쎄, 과연 무엇일까. 영화는 전형적인 사랑 이야기다. 나이 어리고 순진한 아가씨가 장교를 만나 사랑에 덜컥 빠진다. 남녀는 운명적인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만 주변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계급적 차별의 문제, 사회의 엄격한 분위기는 둘을 수렁으로 몰아넣고 여성은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듯 추락을 거듭하게 된다. 대표작 <미지의 여인으로부터 온 편지>(1948)에서 그렇듯 막스 오퓔스 감독은 애틋한 순정의 세계를 탐미적인 영상으로 옮겨낸다. 영화 <리벨라이>는 이후 프랑수아 트뤼포 등 프랑스 누벨바그 감독에게 ‘작가’ 칭호를 선사받았던 막스 오퓔스 감독의 초기작이다.

<리벨라이>는 아서 슈니츨러의 희곡을 영화화한 것. 1차 세계대전 이전의 비엔나가 무대가 된다. 미치와 크리스티네는 오페라 극장에서 작은 실수를 저지른다. 사건이 계기가 되어 둘은 테오와 프리츠라는 장교를 만난다. 크리스티네와 프리츠는 첫눈에 서로에게 이끌리지만 프리츠는 한 남작부인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 남작부인은 프리츠의 행방을 궁금해하고 뒤늦게 부인의 외도를 눈치챈 남작은 프리츠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리벨라이>는 한 잘못된 만남에 관한 영화다. 오페라 극장에서 우연하게 만난 연인들은 진실한 사랑을 발견한 듯하지만 별로 순탄하게 지내지는 못한다. 서로의 과거가 둘을 질기게 포박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여성과 불륜관계에 있던 프리츠는 자신의 행동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같은 이유로 연인 크리스티네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이것은 멜로드라마의 극적인, 그리고 상투적 서사구조라고 할 만한 것이며 막스 오퓔스 감독이 동일한 장르에서 대선배격 위치에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리벨라이>는 서구 멜로드라마와 여성드라마의 ‘원형’에 해당하는 작품인 셈이다.

막스 오퓔스 감독의 영화는 풍성하다는 인상을 준다. 그것은 그가 시청각적 조율에 능한 연출자였기 때문이다. 오퓔스는 특히 영화 속 ‘움직임’에 세심했다. <리벨라이>에서 연인들이 정겹게 춤추는 장면을 보면 막스 오퓔스 감독이 얼마나 카메라 움직임과 배우의 조화, 편집에 능했는지 알 수 있다. 처음에 카메라는 느리게 팬하면서 연인들의 모습을 포착한다. 그리고 다음 장면에선 거울에 반사된 두 연인의 모습을 비춘다. 여기에 이어지는 것은 같은 장소에 있는 다른 연인들의 대화장면이다. 그리고 바로 다음 장면은 다시 원래 연인들이 춤추는 것, 그리곤 거울에 반사된 이미지다. 하지만 대화의 내용 탓인지 그 모습은 이전과 뭔가 달라 보인다. <리벨라이>는 막스 오퓔스 감독의 영화가 스타일, 그리고 형식적으로 놀라운 경지에 오를 것임을 야심차게 예고하고 있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