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가 <농문화의 이해>라는 책을 선물했다. 최근 Deaf TV(한국농아방송, www.deaf.tv)를 들러 수화 방송의 존재를 알았고 거기서 이 책제목도 본 일이 있던 터라 선뜻 책을 받아들었다. 이 책은 일본의 농문화에 관한 것이지만 한국 상황을, 그리고 나 자신을 반성하기엔 충분했다. 난 ‘청각장애인’ 안에 농인과 중도실청인, 난청인 CODA(Children of Deaf Adult)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태어날 때부터 들을 수 없는 농인, 청인으로 태어나 중도에 청각을 상실하는 중도성 실청인, 그리고 청각을 상당하게 손상받은 난청인, 마지막으로 부모가 농인이나 들을 수 있는 청인 자녀인 CODA의 구분은 내 머리 속을 갈라놓았다. 두 번째 충격은 이들의 상이한 언어와 문화였다. 농인은 태어나면서부터 농인사회에 전승되어온 수화를 하는데 일본어 구어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한다. 일본어에 기반하여 만든 수화는 농인이 사용하기엔 매우 불만족스럽다고 했다. 중도실청인은 일본어를 사용했었으므로 ‘일본어에 기반한’ 수화를 배우나 모국어처럼 구사하긴 어렵다고 한다. CODA는 농인 부모로부터 전승된 수화와 구화를 동시에 구사한다. 이중언어 사용자로서의 미묘한 문화적 차이가 있다. 오늘날 미디어에서 자주 보여지는 수화는 청인이 구어에 바탕을 둔 수화노래로 농인은 이런 수화노래를 볼 때 매우 지루해한다. 이 책은 ‘장애’라는 표현도 적절하지 않고 ‘장애는 불편하지만 불행한 것은 아니다’라는 신문 방송의 표현도 거북스럽다고 한다. 농인은 수화로 완벽하게 의사소통하며 애초에 청각이 없으므로 듣지 못하는 불편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이보다 더 어설픈 역지사지도 없을 듯싶다. 부디 일독하시길 권한다.이지윤/ 비디오 칼럼니스트 emptybal@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