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통신에서 인기를 끌었던 이야기를 영화화한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유쾌한 청춘영화다. 한국 청춘영화의 기본 정서는 무엇일까. 아직은 정착된 것이 없이 여러 분위기들이 나오고 있다. <화산고>는 고교생들과 선생들 사이의 액션을, <일단 뛰어>는 막 나가는 고교생들의 애환을 그리고 있으며 <품행제로>는 복고풍의 추억영화 대열에 놓인다. ‘교복’을 입은 주인공들이 공부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긴 하지만 <얄개시대>에서 비롯하는 한국 청춘영화의 맥락이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국영화 전체가 그렇듯 액션과 로맨스가 마음대로 혼합되고 있는 중, 다시 말하면 장르 실험 중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청춘영화의 음악 역시 아직 방향을 모색하는 중이다. <품행제로>에서 이하늘이 한 가능성을 보여준 ‘힙합’이 하나의 방향이고 다른 한쪽은 ‘모던 록’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몽정기>도 그랬고 이 영화 역시 기본적으로는 그렇다. 오리지널 스코어 음악은 이경섭이 맡았다. 그는 주류 음악계에서 이미 잘 알려진 인물. 인기그룹 룰라의 음악을 만들기도 했으며 스스로 음반을 발매하기도 했다. 발라드의 작곡에 장기를 가지고 있는 작곡가이다. 그가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사운드는 깔끔한 주류 음악계의 그것을 이어가고 있다. 드라마 <로망스>의 O.S.T를 프로듀스하기도 했던 그는 <동갑내기…>의 O.S.T에서 모던 록의 분위기를 도입함으로써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 앨범을 통해 새롭게 선보인 ‘피비스’는 홍익대 근처의 인디 클럽에서 활약하는 모던 록 밴드이다. 음정이 정확하고 목청이 건강한 여자 보컬리스트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이 밴드는 <동갑내기…>의 O.S.T에서 <예감> 등의 곡들을 통해 정통 모던 록 사운드를 제시한다. 이 밴드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여성 보컬을 앞세운 록 밴드가 많이 생기고 있는 것이 요즘의 추세인데, 그 가운데서도 피비스는 프로페셔널한 사운드 구사력으로 주류 가요계로 발을 넓힐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밴드였다. 5월에 음반을 발매한다고 하니 이번 사운드트랙은 그 프로모션 성격도 강하다.
O.S.T에는 그 밖에도 핀란드 밴드 레모네이터, 스웨덴 밴드 클럽8 등의 노래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경섭이 직접 만든 발라드풍의 노래도 몇곡 들을 수 있다. 강한 향기를 풍기는 O.S.T라기보다는 잔잔한 가운데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노래들이 많은 O.S.T 영화의 분위기와도 그런 관점에서 조화를 이룬다. 완성도에 민감한 주류적인 시스템에서 닦여 나온 음반으로서 ‘완제품’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성기완/ 대중음악평론가 creole@hite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