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단편영화제라든가, 독립영화제라든가 하는 행사들을 눈여겨보는 타입이 아니다. 좀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소규모로 혹은 저예산으로 만들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수준 이하의 결과물에까지 ‘그 정도면 훌륭하네요’라며 치하하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편이다. 그러니 ‘레스페스트’디지털영화제 또한 많이 들어보기는 했으나, 그 출품작들을 일부러 찾아보려 한 적은 없었을 수밖에.
하지만 이번에 본 <The Best of RESFEST> Vol. 1 DVD 타이틀로 인해, 이런 선입견이 상당 부분 바뀌었다고 고백해야겠다. 타이틀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들 중 상당수가 그야말로 ‘안이한 상태에 놓여 있던 뒤통수에 해머를 가하는 듯한 신선한 충격’으로 가득 차 있어,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97년부터 2000년까지의 출품작 중 우수한 작품들만 추려놓은 것이라 그 정도가 확실히 더 강했던 것이 분명하다.
수록된 17개 작품 중 몇몇은 그야말로 발상의 전환에, 탄탄한 연출 그리고 완벽한 화면 장악력까지 보여준다. 특히 눈을 뗄 수조차 없었던 작품은 상당한 유명세를 치렀다는 98년 출품작 <Max>. 관절 부위를 손으로 조금씩 조정할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움직일 수 없는 장난감 인형들을 가지고 긴장감 넘치는 전투장면을 그려낸 이 작품은, 짜임새 있는 화면 연출만으로도 ‘정말 대단하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품마다 한글자막이 지원되는 감독의 오디오 코멘터리와 한글로 정리된 소개글이 따라붙어 있어 만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런 종류의 DVD 타이틀에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기능이었기에, 더욱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한편 서플먼트로 삽입되어 있는 ‘About RESFEST’ 코너도 예상 외의 즐거움을 제공해준다. 그 안에 수록되어 있는 역대 레스페스트영화제 공식 예고편들이, 출품된 작품들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깔끔한 디지털 이미지를 현란하게 사용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DVD 타이틀 자체의 기술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작품 모음집이라는 형식에서 종종 보여지는 자잘한 단점들이 많이 눈에 띈다. 특히 작품들마다 들쭉날쭉한 화질과 음질, 그리고 메인화면에서 메뉴바를 움직일 때 나타나는 약간의 오류들은 확실히 거슬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만나는 상상력 무한대의 아이디어와 과감하고 파격적인 이미지들은 이 타이틀을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다. 최근 극장용 영화들의 길고 진부한 스토리가 지겹고, 자신의 머리가 너무 굳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봐도 좋을 듯한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김소연/ DVD 칼럼니스트 soyoun@hipop.com
<The Best of RESFEST> vol.1 자막 한국어화면 포맷 4:3오디오 돌비 디지털 2.0지역코드 All출시사 레스페스트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