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Y가 이사를 앞두고 머릿속이 복잡하다. 잡지들이 너나없이 홈시어터를 소개하는 판국에 그의 고민은 쩨쩨하지만 이렇다. ‘비디오장을 짤 것인가? 아니면 비디오테이프를 버릴 것인가?’ 이사하는 이유는 물론 방이 좁기 때문이다. Y의 아내는 공간 부족이 “다 그놈의 비디오테이프 때문”이라고 한다.
“왜 그렇게 많이 쟁여놓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Y는 “그게 다 재산”이라고 대꾸해보지만 “안 보는 게 태반”이라는 아내의 질책에는 입을 다물었다. 사실 Y가 두번 이상 본 것은 수집한 분량의 10% 정도다. “수집과 감상의 불균형”이라며 아내는 정곡을 찔렀다.
Y가 결혼한 2001년 말경엔 상당수의 비디오숍이 망하고 B급 중고 비디오테이프 가격이 대여료 수준인 1천원 안팎까지 떨어져서 수집하기엔 좋았었다. 그가 결혼하면서 수집한 비디오테이프는 1년 만에 라면 박스로 20박스가 넘어버렸다. 게다가 Y의 아내는 상당한 독서가로 최소 사흘에 한권꼴로 책을 사서 읽는다.
아내의 책은 책장에 상륙해오던 남편의 비디오들을 밀어내버렸다. 아내의 주장, 책은 책장에! 비디오는 비디오장에! Y는 비디오장을 사려고 했지만 한결같이 작았다. 주문 제작은 터무니없이 비쌌고 비디오숍에서 쓰던 중고는 눈을 씻고 찾아도 없었다. 단골 비디오숍에선 체인점을 내면서 본사에서 제작해온 거라 모르겠다고 했다.
숍주는 아내와 내통을 했는지 수집한 비디오를 몇번이나 봤느냐고 질문했다. 게다가 DVD도 아니고 화질, 음질 떨어지고 공간만 많이 차지하는 비디오를 왜 굳이 모으느냐고 물었다. 닥치고 있는 Y에게 마지막 질문이 날아왔다. “그냥 대여하면 안 되나요?” 이지윤/ 비디오 칼럼니스트 emptybal@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