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엄청나게 유행한 신조어 중에 ‘아햏햏하다’라는 표현이 있다. 정말 그 뜻조차 ‘아햏햏’해서, ‘도대체 저 단어를 실생활에서 진지하게 한번이라도 쓸 기회가 있을까?’라고 생각했을 정도다. 그런데 극장에서 맞닥뜨린 은 ‘맞아, 저게 바로 아햏햏한 유머로군’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어딘가 모르게 박자가 계속 늦는데다 엄청나게 웃기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웃기는 것은 절대 아닌, 즉 100년 전의 상황을 머릿속에 함께 그려볼 때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것이 영락없이 ‘아햏햏’한 느낌이었다.
신기한 것은 그런 식으로 헐렁한 도포자락 같은 유머만 기억에 남던 ‘아햏햏’했던 영화 <YMCA야구단>이, DVD 타이틀로 변신하면서 어딘가 잘 짜여진 듯한 완결감이 생겨났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것은 DVD만을 위해 재편집되었다는 4분 분량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의 힘만은 결코 아니다. 그것보다는 극장보다 맛이 진해진 화질과 잡음이 걸러져 짱짱해진 사운드와의 적절한 결합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황톳빛이 주를 이루면서 조선 시대의 정겨운 옛 맛을 연상시키는 색감은, DVD를 통해 화려하게 부각하면서 수려한 정경에 힘을 실어준다.
그런 완결감은 서플먼트에까지 잘 이어져 있는데, 특히 서플먼트 디스크 전체의 사운드가 가장 돋보인다. 우리나라 영화 DVD 타이틀들은 대부분 서플먼트에 수록된 사람의 목소리들이 웅얼거리며 뭉개지는 것이 보통이다. ‘차라리 한글자막을 켜놓고 보는 것이 속 편하겠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열악한 녹음 상태를 자주 드러내는 것. 그런데 놀랍게도 <YMCA야구단> DVD의 각 서플먼트에서는 정말 ‘찐’하게 녹음되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제작진들의 목소리가 울려나온다. 그 또렷한 음성들이 전하는 내용 또한 진국이어서 헌팅 디렉터와 출연배우들이 소개하는 촬영지, 조연과 엑스트라들의 현장 인터뷰, 100년 전을 재현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쏟아부은 세트, 소품, 의상, 분장 담당자들의 이야기 등 재미있으면서도 진솔한 내용들이 빼곡히 들어 있다.
한편 서플먼트에 실려 있는 ‘Story Board’ 코너는 다른 DVD 타이틀들의 유사 코너들과는 다르게 그림 콘티 옆으로 배우들이 다같이 모여 대사연습을 하는 장면을 삽입해 독특한 현장감을 유발시켜 놓은 것이 눈에 띈다. DVD 타이틀의 서플먼트에는 더이상 새로운 형식이 나올 수 없을 것이라는 선입관을 단번에 깨뜨려주는 것이다. 김소연/ DVD 칼럼니스트 soyoun@hipop.com
YMCA Baseball Team Special Edition-Director’s Cut2002년, 감독 김현석자막 영어, 한국어화면포맷 아나모픽 2.35:1 오디오 돌비 디지털 2.0, 5.1, DTS지역코드 1, 3출시사 명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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