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와 존 윌리엄스 커플이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다시 만났다. 1960년대를 풍미한 희대의 젊은 사기꾼을 모델로 한 이 영화에서 이 노련한 커플이 택한 사운드는 무엇일까. 이 희대의 ‘흥행커플’이 택한 사운드는 한마디로 ‘쿨’이다. 감미로운 클래식 선율을 주무기로 하는 존 윌리엄스치고는 신선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테마 멜로디를 이끌어가는 ‘주요 악기’는 색소폰이다. 시원하면서도 감미로운 바이브라폰이 그뒤를 받쳐주고 있다. 쿨 재즈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사운드의 색깔은 필립 글래스를 연상시키는 화사한 반투명의 파스텔조. 멜로디도 어딘지 미니멀리즘적인 분절과 반복이 느껴진다. 그러나 멜로디는 아름답지만은 않다. 매력적인 사운드가 잘 빠진 빨간색 캐딜락이나 캘리포니아 저택의 수영장, 혹은 재키 케네디의 웃음을 연상하도록 만들지만 멜로디 라인은 모종의 분열을 암시하는 긴장감을 숨기지 않는다.
영화를 보다보니 ‘쿨’을 선택한 이유가 점점 드러난다. 이 영화는 쿨의 양면을 드러내려 하고 있는 영화이다. 쿨은 미국 문화의 한 절정을 가리킨다. 쿨의 시대는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 초반이다. 미니멀한 실용주의 자체가 예술적 감각을 지닌 하나의 코드로 정착하던 시기이다. 캘리포니아의 화가들은 에나멜로 채색된 붉은 플라스틱 널빤지를 덩그러니 갤러리에 갖다놓기 시작했다. 패스트푸드가 차라리 하나의 희망으로 비쳐지던 때였다.
이때 쿨 재즈가 나왔다. 마일즈 데이비스가 시작했지만 그의 음악을 모방한 스타일리스트들은 캘리포니아에 득실거렸다. 그들은 대개 백인이었다. 쿨 재즈는 한편으로는 군더더기 없이 형식화된 미국식 실용주의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공허를 노래하고 있기도 하다. 쿨은 달콤하고 시원하지만 냉소적이다. 삶을 지배하는 것은 더이상 삶 자체가 아니다. 삶을 둘러싼 쿨한 디자인의 물건들이다. 쿨은 미국식 아름다움의 뼈아픔에 대해서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 삶은, 한마디로, 물건들에 둘러싸인 허위와 위선의 무대이다. 삶의 진정성은 그 허위 앞에서 맥없이 무릎을 꿇는다. 그래서 쿨 재즈의 간결하고 시원한 아름다움은 늘 공허하다.
영화 속에서 사기꾼인 프랭크가 이러한 쿨 시대의 허위를 압축적으로 인물화하고 있다. 그는 팬암 여객기의 파일럿이 입는, 미니멀하고도 쿨한 푸른색 제복을 입는다. 그 제복의 ‘쿨함’에 모든 사람들이, 특히 젊은 여자들이 하나같이 넘어간다. 그는 그의 아버지가 들려준 말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 ‘양키스가 매번 이기는 것은 유명한 선수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유니폼 때문이다’라는 말.
그러나 영화는 역시, 스필버그답게, 결국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쿨한 시대의 양면에 대한 스필버그의 천착은 슬그머니 ‘가족드라마’로 탈바꿈한다. 존 윌리엄스의 음악 역시 예의 ‘<E.T.> 사운드’로 돌아가 있다. 스필버그가 대표하는 미국 중산층의 건전한 의식은 결국 거기에 머문다. 성기완/ 대중음악평론가 creole@hite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