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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베리 연기 다시 볼만 <몬스터 볼>
2003-02-03

영화를 보는 이유 중에는 검증된 배우의 뛰어난 연기를 보는 재미가 포함된다. 최근에는 그런 재미를 충족시켜주는 세 편의 디브이디 타이틀이 출시되어 화제다. 그 첫번째는 알 파치노와 로빈 윌리암스가 대립 구도로 등장하는 <인썸니아>. 강력계 형사로 분한 알 파치노의 섬세하면서도 선이 굵은 연기와, 지금까지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자기 중심적인 악한을 연기하는 로빈 윌리암스의 변신으로 개봉 당시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두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디브이디의 2.35:1의 와이드 스크린을 통해 살아나는 알래스카의 자연경관이 매력적이다.

두번째 타이틀은 영국식 로맨틱 코미디의 황제, 휴 그랜트의 최신작 <어바웃 어 보이>다. 모든 인간 관계를 귀찮아하다가 엉뚱하고 고집스러운 12살 소년과 얽히면서 진정한 인생에 발을 들여놓는 백수 역할의 휴 그랜트 연기가 압권인 작품이다. 이 타이틀이 흥미로운 또 다른 이유는, <아메리칸 파이>로도 유명한 웨이츠 형제 감독이 부록 곳곳에서 재미있는 정보들을 심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아카데미에 흑인 여배우 할리 베리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 <몬스터 볼>의 타이틀에 아무래도 관심이 쏠린다. 이 영화에서 할리 베리는 11년간 옥바라지를 하던 남편이 끝내 사형집행을 당하고, 거의 혼자 키우다시피 한 아들마저 뺑소니 사고로 잃게 되는 흑인 웨이트리스 레티샤를 너무나도 훌륭하게 연기해낸다. 상대 배우로 등장하는 빌리 밥 손튼 또한 할리 베리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 연기를 선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부록의 한 코너인 ‘비하인드 더 신’에서도 드러나듯이, 이 타이틀이 전반적으로 할리 베리보다는 빌리 밥 손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래도 본편 영화에서 할리 베리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부록에서는 빌리 밥 손튼을 배려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두 배우의 뚜렷한 연기 대결이 펼쳐지는 <몬스터 볼>의 디브이디 타이틀에는, 그들이 감독과 함께 참여한 오디오 코멘터리가 수록되어 있어 그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감독이 촬영 당시의 전반적인 상황을 설명해주면 배우들이 자신의 연기에 대한 생각을 덧붙임으로써, 영화를 더욱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이밖에 배우들의 절제된 대사를 대신해 풍부한 감정을 전달해야만 했던 영화 속 음악을 다룬 <스코어링 더 필름>이라는 부록도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작은 기쁨을 선사해준다.

<몬스터 볼>(2001)

감독- 마크 포스터

자막- 한국어, 영어

화면비- 아나몰픽 2.35:1

오디오- 돌비디지털 5.1, 2.0

지역 코드- 3

출시사- 스펙트럼

이철민/DVD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