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의 노래를 불러라
1999년, 감독 벤 아이헤르트 장르 다큐멘터리 (노동자뉴스 제작단)
1994년 1월1일을 기해 멕시코 남동부의 치아파스주에서 무장봉기가 일어났다. 스스로를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이라 밝힌 이들은 오랫동안 뿌리깊게 내려온 멕시코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가시화된 ‘신자유주의’의 폭력에 맞서 투쟁할 것을 선언하였다. 1995년,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3명의 젊은이가 북미지역을 여행하고 있었다. 멕시코 치아파스에 접어들었을 무렵, 이들은 놀라운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대규모의 병력과 군수물자가 도시 한복판을 가로질러 이동하고 있었고, 이른바 ‘위대한 진압’이라 불리는 멕시코군의 사파티스타 무력행사가 감행되고 있었다. 처참한 상황의 멕시코 내전이 바로 이들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들을 더욱 놀라게 한 사실은, 이러한 대대적 살상이 미국의 접경국인 멕시코에서 벌어지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들은 그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주류미디어는 이를 철저히 차단하고 왜곡하고 있었던 것이다.
제4회 국제 노동영화제에서 소개된 작품 <사파티스타>는 지금 멕시코에서 벌어지고 있는 격렬한 무장투쟁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다. 이 작품의 감독은 3명의 나이어린 미국 대학생. 배낭여행중 목격한 처참한 현실에 놀랐던 이들은 정확히 1년 뒤 2대의 디지털카메라만을 가지고 격렬한 싸움의 현장을 다시 찾아간다. 촬영에 별다른 지식은 없었지만 눈앞에 벌어지는 상황들을 무턱대고 찍어나가기 시작하였고, 사파티스타 투쟁에 동참하기 위해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하였다. 멕시코 밀림지역에서 농사를 짓고 살아가던 이들이 왜 낡은 총과 나무막대기 하나만으로 최첨단 무력을 앞세운 멕시코 정부군에 맞서 싸워야 하는지에 대한 것들을 말이다. 그리고 급기야 취재 마지막날, 서방세계에 얼굴없는 영웅으로 알려진 사파티스타 부사령관 마르코스까지 직접 만나게 된다. 이 영화 <사파티스타>는 세명의 아마추어 대학생이 연출한 작품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생생한 현장성과 세련된 편집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여기에 이들에게 동감하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가세했다. 노엄 촘스키 등과 같은 세계적 석학의 인터뷰는 물론이고, RATM이 음악작업에 참여하였다. 그리고 작품의 내레이션은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대릴 한나와 제임스 올몬스가 맡았다. 이 작품 <사파티스타>는 그야말로 비디오 액티비즘과 국제연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인 셈이다. 영화의 후일담. 멕시코시티까지 사바티스타들이 벌인 대장정은 올봄 세계를 흔들었다. 이 밖에도 4회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작품들, 특히 인기를 얻었던 <인터내셔날>과 인권영화제 인권영화상을 수상한 <인간의 시간> 등 총 32작품이 배급된다.
정지연/ 영화평론가 woodyalle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