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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사생활,<이브의 아름다운 키스>
2003-02-03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는 나름대로 잘 만든 한글 제목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원제인 <Kissing Jessica Stein>이 주는 미묘하고 짜릿한 뉘앙스가 어딘지 모를 곳으로 사라져버렸고, 뻔한 느낌마저 드는 ‘이브’라는 단어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멋진 그녀들을 세속적인 ‘여성’으로 단순화시켜버렸다는 것이 그 두 번째 이유다.

오래 전부터 지적이면서 독특한 동성애영화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 또한 줄거리만 얼핏 읽고도 ‘어, 꼭 봐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공동 시나리오 작가인 헤더 예르겐센과 제니퍼 웨스트펠트가 주인공인 헬렌과 제시카로 각각 등장한다는 사실을 접하고는, 흥분하는 단계에까지 접어들었다. 얼마나 재능이 풍부하고 재기발랄한 여성들이면 그런 어려운 일을 두 가지나 멋지게 소화해낼 수 있을까! 그것도 협공으로!

‘그런 상황이라면 영화가 나쁘게 보일 리 없었겠다’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관객의 눈에 띄기 위해 혼성에 변종까지 다양한 시도를 일삼으며 몸부림쳤던 수많은 최신 영화들 중에서, 엔딩에 대한 예측이 100% 빗나간 영화는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가 유일했을 정도로 영화 자체가 너무 좋았다는 것이 개인적인 평가다. 그만큼 현실적이면서도 재기발랄한 반전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DVD 타이틀로 출시된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는 그런 매력적인 영화를 깨끗한 화질과 음질로 마음껏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아주 매력적이다. 거의 무명에 가까운 제작진과 인디 성향의 스토리 그리고 저예산영화라는 특성이 전혀 드러나지 않을 정도. 특히 큐레이터로 등장하는 헬렌의 생활을 통해 보여지는 뉴요커들 특유의 생동감 넘치는 패션과 미술작품들의 화려한 색채 그리고 영화 전편에 흐르는 재즈의 선율 등은 극장에서보다 더욱 뚜렷하게 시청각적 감각을 자극한다.

하지만 이 타이틀의 서플먼트에 대해서는 아쉬운 면이 없지 않다. 삭제장면 모음인 ‘The Bad Dates’가 전부이기 때문. 여러 면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기 어려운 타이틀이기 때문에 제작비를 줄일 필요가 있었겠지만, 그렇다고 코드 1번 타이틀에 수록되어 있는 다양한 서플먼트들이 거의 모두 잘려나간 것은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그렇게도 듣고 싶었던 헤더 예르겐센과 제니퍼 웨스트펠트의 오디오 코멘터리가 수록돼 있지 않은 것은 아쉬움을 넘어 은근히 화가 날 정도다.

Kissing Jessica Stein

2001년, 감독 찰스 허먼 움펠드

자막 영어, 한국어, 중국어, 타이어

화면포맷 아나모픽 1.85:1

오디오 돌비 디지털 5.1

지역코드 3

출시사 이십세기 폭스

김소연 / DVD 칼럼니스트 soyoun@hipo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