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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비틀즈였냐구요? <아이 엠 샘>
2003-01-30

아무리 ‘이제까지는 보지 못한 극적인 소재’를 다루었다고 해도 관객을 울리고자 작정하고 만드는 영화들은 그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보긴 하지만 역시나 뻔하게 끝나는 게 보통이다. 그런 상황을 지겹게 반복하다보니 이제는 ‘최루성’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영화를 보고 싶은 생각이 사라질 정도다. 그러니 7살 정도에서 멈춰버린 지능과 강한 부성애를 함께 가지고 있는 아빠와 그런 아빠를 위해 성장을 거부하는 똑똑한 어린 딸의 환상적인 ‘최루성’ 조합 영화 <아이 엠 샘>의 개봉 소식을 들었을 때, 심드렁하다 못해 외면했을 수밖에.

하지만 온-오프라인을 총망라해 극찬에 극찬을 아끼지 않는 정보들이 마구 접수되면서 마음이 슬슬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은 거의 간판을 내리기 직전에 찾아간 극장에서, 그야말로 이를 악물고 참았음에도 불구하고 눈이 퉁퉁 부은 상태에서 문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듯이 <아이 엠 샘>은 단순한 최루성 영화가 절대 아니다. 정말 잘 만들어진 드라마인데 소재 자체가 최루 효과를 갖추고 있다라고나 할까. 그 때문에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아서, DVD 출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드라마 성향이 강한 영화인지라 그다지 DVD에 걸맞은 장점이 없을 것 같았는데, 막상 DVD를 보니 여러 면에서 매력적인 부분들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영화가 가진 뛰어난 색감을 잘 전달하는 화질이다. 특히 감독의 오디오 코멘터리에서도 계속 설명되듯이, 전개되는 상황을 강조시켜주는 푸른 색조와 화려한 원색의 대비는 DVD 화질 속에서 그야말로 완벽하게 되살아난다. 또한 돌비 디지털 5.1과 DTS가 지원되는 사운드도 기대 이상이다. 때로는 흥얼거림처럼 가볍게, 때로는 집요하게 귀를 파고드는 비틀스의 온갖 노래들은 거의 마약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아울러 질적인 풍부함을 자랑하는 서플먼트들도 감동을 배가시키기에 충분하다. 감독의 자상한 코멘트가 따라붙는 7개의 삭제장면 외에도 장장 42분에 걸쳐 기획, 캐스팅, 진행, 음악 등 6개의 세부 코너로 나뉘어져 중요한 제작과정의 뒷이야기를 모두 보여주는 ‘Original Documentary: Becoming Sam’ 코너가 보물상자처럼 담겨 있기 때문이다. 훌륭한 연기를 펼친 각 배우들의 초기 캐스팅 과정, 비틀스 음악을 사용하게 된 이유 그리고 비틀스 음악을 사용하면서 지불해야 했던 이용료 등에 대한 재미있는 정보들을 그 속에서 모두 찾을 수 있다.

I am Sam, 2001년

감독 제시 넬슨

자막 영어, 한국어

화면포맷 아나모픽 1.85:1

오디오 돌비 디지털 5.1, DTS

지역코드 3

출시사 베어엔터테인먼트

김소연/ DVD 칼럼니스트 soyoun@hipo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