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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지켜주면 고맙지
2001-04-26

비디오카페

요즘 들어 <억수탕>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영화 <친구>가 대박 터진 영향일 게다. 우리 대여점에 있는 <억수탕>은 몇년간 고객들의 손을 타지 않는 천대를 받다 못해 케이스를 분실한 상태여서 불량테이프를 진열하는 장에 섞여 알맹이만 보관되어 있는 중이었다. 근데, 이 천덕꾸러기 영화가 예약을 할 정도로 대여가 잘된다.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아시다시피, 우리 대여점은 영화를 좋아하는 젊은 친구들의 ‘아지트’이다. 그들은 대개가 스케줄이 비면 시간을 때우러 오고, ‘술먹는 건수’와 ‘재미있는 건수’를 노리며 늘상 호출을 기다린다. 그들은 내가 급한 일이 생겼을 때 ‘대타’를 뛰어줄 수 있는 데다 심심할라치면 누구든 한명 이상 들르기 때문에 자칫 무료할 수 있는 이 직업의 윤활유가 된다.

그들에 대한 애정을 전제로 공개적인 험담을 할까 한다. 그들은 대개 고객으로 오다가 친해진 경우인데, 허물없이 친해지다 보면 아주 애매한 함정에 빠지기 쉽상이다. 첫째, 연체료를 받기가 쉽지 않다는 건데 초반부에는 ‘서로 지킬 것은 지키자’라는 기치를 들어 서로 조심하다가 한번 연체를 하면 “뭐, 연체료를 내냐?”라는 한마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장기연체의 주범으로 돌변한다는 특징이 있다. 둘째, 그들뿐 아니라 친구들이 오랜만에 찾아와 비디오를 빌리게 되면 “뭐, 돈을 내고 그래?” 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대여점은 무료 도서관으로 전락하게 된다. 게다가 친한 사람들이 빌릴 때면, “내일 꼭 갖고 와”라는 말로 컴퓨터에 기록을 안 하게 되는데 서로 부주의한 결과로 몇달째 비어 있는 영화를 누가 빌려갔는지 도대체 기억이 안 나서 결국 분실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비디오대여점 주인들과 친한 사람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하시길….

이 칼럼의 소재를 위해 항상 사생활이 노출되는 우리 ‘황혼에서 새벽까지’팀에게 정말 미안할 따름이다.

이주현/ 영화마을 종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