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ine Secrets of the Ya-Ya Sisterhood2002년, 감독 캘리 쿠리 출연 샌드라 불럭, 엘렌 버스틴피오눌라 플래내건, 제임스 가너, 애슐리 주드장르 드라마 (워너)
아버지와 아들의 삭막하고 긴장된 관계를 다루는 영화들도 많지만, 모녀지간의 다툼을 그린 영화도 못지않다. 아들은 아버지를, 딸은 어머니를 알게 모르게 닮아간다. 때로는 아버지나 어머니가 지나치게 거대해서 좌절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싫어하는 모습을 자기가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는 사실에 절망하기도 한다. 긍정적으로 잘 풀린다면 애증의 관계는 이해와 용서로 바뀌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파멸의 낭떠러지로 돌진하기도 한다. <로드 투 퍼디션>에 나오는 두개의 부자지간은 극과 극으로 갈라진다.
레베카 웰스의 소설을 영화화한 <산드라 블록의 행복한 비밀>은 모녀지간에 얽힌 긴 싸움과 오해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촉망받는 극작가 시다 리 워커는 브로드웨이에서의 연극 공연을 앞두고 <타임>과 인터뷰를 하면서 창작의 원천인 고향 루이지애나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털어놓는다. 하지만 소탈한 인터뷰는 ‘알코올 중독 어머니’라는 제목과 함께 어머니 비비를 비난하는 투의 기사로 바뀌어버린다. 기사를 읽은 비비는 당장 시다에게 전화를 걸어 난리를 친다. 시다 역시 화가 나서 막말을 해대고, 두 사람은 냉전이 아닌 격렬한 전투를 시작한다. 비비와 시다 모녀의 싸움을 중재하기 위하여 비비의 어린 시절부터 맺어진 ‘야야의 여사제’ 친구들이 등장한다.
모녀의 험악한 관계를 풀기 위하여 <산드라 블록의 행복한 비밀>은 <조이럭 클럽>처럼 어머니의 과거를 되짚는 방법을 택한다. 무한한 생명력을 가졌던 비비는 사회의 편견과 억압에 과감하게 맞서 싸웠다. 흑인을 천시하는 졸부의 자식에게 음식을 던지고, 달리는 무개차에서 브래지어를 풀어헤치는 등 사회의 인습에 저항한다. 하지만 유일하게 사랑했던 연인은 전쟁에서 사망하고, 네 아이를 키우면서 비비는 조금씩 허물어져간다. ‘야야의 여사제’들은 시다가 알지 못했던 과거의 비밀들을 말해주면서 시다 모녀의 상처를 어루만져준다. 7년간 동거를 하면서도 결혼하기는 두려워했던 시다의 무의식까지 말끔하게 치유해준다.
<산드라 블록의 행복한 비밀>은 한 여성의 힘들지만, 치열했던 삶을 조근조근 들려준다. 애슐리 주드의 연기는 좋지만, 비비의 저항이 단지 개인적인 이유로만 국한되는 것은 아쉽다. 그런 점에서는 에전에 캘리 쿠리가 각본을 썼던 <델마와 루이스>가 낫다.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