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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랑을 원하세요?
2001-04-26

사랑의 형태로 홍차의 맛 표현한 실론티, 티 광고

조재원 | 스포츠서울 기자 jone@sportsseoul.com

[실론티] 제작연도 2001년 광고주 롯데칠성 제품명 실론티 대행사 대홍기획 제작사 J프로덕션 감독 김종필

홍차의 맛을 어떤 말로 표현하면 적합할까? 홍차음료를 홀짝홀짝 들이켜가며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도 어느 영화의 제목처럼 ‘달콤쌉싸름하다’라는

말밖에는 달리 괜찮은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어마어마한 시장규모(450억원)를 자랑하는 홍차음료 시장의 주자들은 달콤쌉싸름한

맛과 언뜻 친분관계가 깊어보이는 사랑이란 테마를 좋아한다. 여름철, 음료시장의 성수기를 맞아 현재 경쟁 열기를 후끈 뿜어내고 있는 각종 홍차음료

광고에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 가운데 홍차음료의 넘버.1 브랜드인 롯데칠성의 실론티 CF와 홍차음료 시장에 새롭게 출사표를 던진 해태음료의 티 CF는 흥미로운 비교거리를

제공한다. 두 광고는 공히 사랑을 주제로 선택했다. 그러나 실론티 광고는 보편적인 이성애를 다룬 반면 티 광고는 여자와 여자의 사랑이야기를

그렸다. 같으면서도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셈. 신참일수록 모험을 즐긴다고 특히 티 CF는 여전히 특별한 소재인 동성애를 다루면서도 어둡고 묵직한

테마의 버거움을 떨쳐내 호기심어린 시선을 견인하고 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실론티는 5년 만에 CF방송을 재개하면서 일단 소비자의 머릿속에 추억처럼 자리잡고 있는 기억의 실마리를 겨냥했다. 실론티

하면 ‘꿈, 바다, 돛단배’ 같은 낱말을 떠올릴 수 있을 터. 2001년 버전에서 이 오랜 자산을 상기, 강화하는 데 목표점을 둔 실론티 CF는

바다로 무대를 옮겨 청춘남녀의 사랑을 노래한다.

바닷가 절벽의 끝자락에서 박정철과 김정화란 남녀모델이 아득할 만큼 넓게 펼쳐진 바다를 내려다보며 서 있다. 남자는 팬플루트마냥 실론티 캔을

입술로 불면서 노을진 바다를 바라보고 있고 여자의 눈빛은 등돌린 남자를 향해 있다. 나란히 서 있지만 연인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는 것. 남자는

바다를, 여자는 그런 남자를 바라본다는 일방통행의 시선처리가 고전적인 남녀관계를 엿보게 한다. 이 CF는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에 대한 아련함을

자극하며 정서를 순화하는 힘이 있다. 정화효과를 돋우는 장치는 허밍으로 따라잡은 <메기의 추억>이란 배경음악. 한폭의 풍경화처럼

아름답게 펼쳐진 영상 위로 흐르는 이 음악은 보는 이의 숨을 차분하게 고르도록 만든다.

‘꿈을 꾸는 젊음’이라는 슬로건 아래 바다로 상징되는 넓은 세계에 대한 젊은이들의 동경과 이상을 표현한 실론티 CF는 실론티에 대한 소비자의

익숙한 기억을 신선하게 환기하고 있다.

[티] 제작연도 2001년 광고주 해태음료 제품명 티 대행사 제일기획 제작사 힘 감독 정지안

티는 본격적인 론칭 광고에 앞서 선보인 티저 광고에서 이미 남다른 면모를 엿보였다. 클로즈업한 여자의 이마에 붓글씨처럼 새겨지는 ‘T’자를

부각한 티의 티저광고는 뛰어난 아트워크로 ‘티가 무엇이냐?’라는 궁금증을 충분히 자아냈다. 티저 광고에 등장한 두 여인의 관계는 론칭 광고에서

드러난다.

정은아가 창문을 통해 건너편 집의 무언가를 엿보고는 수줍게 커튼 뒤로 숨는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특별한 시선을 들킬까봐 조심하는 표정이다.

알고봤더니 정은아를 설레게 만든 주인공은 김희은이라는 터프한 여성. 그는 윗몸일으키기, 복싱 등으로 한바탕 몸을 푼 뒤 바닥에 벌렁 누워 있다.

창문을 통해 시선을 주고받았을 뿐이지만 두 사람의 관계엔 장밋빛이 드리워진다. 각기 다른 공간에, 각기 다른 매력을 갖고 있지만 이들은 ‘티’라는

음료를 매개로 공감대를 형성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흔히 창문은 여성에 대한 남성의 관음증을 드러내는 창구. 그러나 이 광고는 창문을 동성간의 교감을 촉발하는 도구로 활용했다. 세트, 모델의

의상 등을 온통 눈부시도록 하얗게 통일해 싹트는 동성애를 밝고 화사하게 표현한 점도 돋보인다. 자극적인 맛의 일반 탄산음료와 달리 자연의 순수한

맛을 살렸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티 광고는 티없는 사랑이야기의 적절한 소재로 동성애에 관심을 기울였다.

실론티 CF의 이성애는 결핍의 정조를 풍긴다. 넓은 바다를 향해 열려 있는 남자도 그렇고, 그런 남자를 바라보고 있는 여자도 충족되지 않는

욕망을 보여준다. 반면 풋사랑의 출발을 담은 티 CF의 동성애에는 희망의 기운이 가득하다.

홍차음료를 애용하는 소비자는 이제 기로에 서 있다. 감정선을 깊숙이 자극받았을 때 필요한 한 줄기 담배연기처럼 허한 가슴을 달래기 위해 실론티의

쌉싸름한 이미지를 마실 것인지, 아니면 샘솟는 사랑의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티의 달콤함을 소비할 것인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