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단편영화가 상당히 다양해진 것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매우 자주 선택되는 소재들이 있다. 친구와의 갈등을 다루거나 사랑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연애 이야기가 그렇다. 가족 이야기도 예외가 아니다. 독립영화관(KBS2TV 1월24일(금) 밤 12시50분)에서 방송되는 유성희 감독의 <주차금지>(16mm/ 2002년)는 아버지와 딸의 갈등을 드러낸다. 딸은 자신들의 고민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아버지가 너무 밉다. 다른 사람들이 주차하지 못하도록 집 앞에 드럼통을 갖다놓는 아버지의 행동도 못마땅하다. 이들은 서로 다툴 때를 제외하고는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는다. 딸은 아버지와의 화해를 시도하기보다는 더 큰 갈등을 막기 위해 아버지의 말을 따른다. 섣불리 화해를 보여주기보다 그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요즘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노현수 감독의 <들>(16mm/ 2000년)은 마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작품을 연상시킨다. 국어시간에 시를 써서 선생님에게 칭찬을 들은 소년은 시를 어머니에게 보여주기 위해 산길을 걸어간다. 하지만 어머니의 반응은 냉담할 뿐이다. 그럼에도 소년은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산길을 걷는다. 시골 주민이 직접 영화에 출연하고 있으며 김용택 시인이 선생님으로 등장한다. 주름진 농민의 표정을 잡아내는 것이나, 롱숏으로 산골의 풍경을 잡아내는 장면은 마치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처럼 넉넉하게 느껴진다. 매우 거칠어 보이면서도 의외의 친근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phile@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