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붙어 있는 남녀가 있다. 이들은 샴쌍둥이이다. 두개의 인격체를 가지고 있지만 불행히도 몸은 하나이다. 남자는 여자를 사랑하지만 여자는 남자에게 지겹다고 하고 심지어 남자가 죽어주기를 원한다. 남자는 여자의 얼굴을 한번이라도 마주보는 것이 소원이다. 하지만 그 바람은 이루어질 수 없다. <엄마의 사랑은 끝이 없어라>라는 단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던 김정구 감독은 <샴. 하드로맨스>(김정구/ 35mm/ 2001년)를 통해 이 세상에서 가장 엽기적이면서도 가장 슬픈 사랑 이야기를 보여준다. 필연적으로 비극일 수밖에 없는 샴쌍둥이 이야기는 단편에서 보여줄 수 있는 상상력의 절정을 드러낸다.
차분하면서도 강한 여운을 남기는 조은령 감독의 <스케이트>(조은령/ 35mm/ 1997년)는 착한 영화이다. 시골 샛강에서 한가로이 스케이트를 타던 소녀는 눈 위의 글씨로 자신의 이름을 물어오는 소년을 만난다. 소년이 자신의 이름을 알아들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소녀는 불현듯 공포감을 느끼고 도망을 간다. 하지만 곧 소녀는 자신이 한 행동을 후회하게 된다. 별다른 대사나 설명없이 간결한 구성으로 소녀의 감성을 전해주는 연출력은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긴다. 이 두편의 작품을 통해 독립영화의 상반된 두 경향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