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BBC온라인’은 2003년의 할리우드 영화계를 예측하면서, ‘속편의 해’(The Year of the Sequel)라는 표현을 썼다. 실제로 2003년에 개봉예정인 영화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대작들의 속편으로 가득 차 있음을 알게 된다. <툼레이더2: The Cradle of Life>, <미녀 삼총사2>, <매트릭스2 리로디드>(The Matrix: Reloaded), <매트릭스3 레볼루션>(The Matrix: Reloaded), <엑스맨2>, <터미네이터3>(Terminator3: Rise of the Machine), <분노의 질주2>(2 Fast 2 Furious), <덤 앤 더머2>(When Harry Met Lloyd: Dumb and Dumberer), <프레디 대 제이슨>(Freddy vs Jason), <샹하이눈2>(Shanghai Knights)가 그 대표적인 예들. 여기에 최근 2년간의 겨울 시즌 영화흥행을 좌지우지하는 수준에 오른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과 <해리 포터: 아즈카반의 죄수>를 더하면 그야말로 1년 내내 속편들의 공습에 정신을 차리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최근 들어 단연 관심을 끌고 있는 속편은 <터미네이터3>. 얼마 전 영화 속 장면을 담은 두 번째 공식 예고편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면서, 기대감을 증폭시키기 있기 때문이다. 그전에 선보였던 첫 번째 공식 예고편(Teaser)이 영화장면을 하나도 담고 있지 않아 많은 네티즌들을 실망시켰던 것을 의식했는지, 두 번째 예고편에는 여성의 모습을 한 새로운 터미네이터인 T-X는 물론 어른이 된 존 코너와 그를 도와주는 여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클레어 데인즈까지 등장한다. 재미있는 것은 예고편 마지막에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I will be back”이라고 하지 않고 “She will be back”이라고 하는 장면이 들어 있다는 사실. 여성 터미네이터로 등장하는 슈퍼모델 출신의 크리스타나 로켄에게 걸고 있는 제작진의 기대를 잘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신화의 주인공인 제임스 카메론의 자리를 <U-571>의 조너선 모스토가 얼마나 채워줄 것인가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워쇼스키 감독이 메가폰을 놓지 않은 <매트릭스>의 2편과 3편은 기대를 충족시켜줄 확률이 더 높은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2, 3편을 동시에 제작해 5월에 2편을, 11월에 3편을 개봉한다는 것도 파격적인데, 전편을 능가하는 시각효과와 상상을 초월하는 이야기의 전개가 예측된다는 소문이 파다하기 때문. 얼마 전 <뉴스위크>는 아예 커버스토리로 <2003년, 매트릭스의 해>라는 특집을 다루면서, <매트릭스>가 만들어낼 할리우드영화의 새로운 변화를 다루기도 했을 정도다. 특히 영화도 영화지만 워쇼스키 형제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와 똑같은 출연진들을 데리고 1시간 분량의 동영상을 별도로 찍어 만들어지고 있는 게임과 세계적인 애니메이터들이 참여해 9개의 단편들로 만들어져 DVD와 비디오로만 출시될 예정인 <애니매트릭스>에 대한 기대도 하늘을 찌르고 있는 중이다.
재미있는 것은 앞서 언급한 두 속편들과 연간 흥행성적 경쟁을 벌일 것이 확실한 세편의 속편들인 <엑스맨2>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해리 포터: 아즈카반의 죄수>가 아주 흥미로운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또는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배우 이안 매켈런의 출연. ‘<엑스맨>과 <반지의 제왕> 시리즈야 원래 그렇다고 치고, <해리 포터>는 왜’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조금 정보에 둔감한 사람임이 분명하다.
지난해 12월 말 인터넷의 영화 관련 사이트들은 온통 고인이 된 리처드 해리스 대신 이안 매켈런이 호그와트의 교장 덤블도어를 연기하게 되었다는 소문으로 떠들썩했기 때문이다. 사실 덤블도어 역으로 거명된 것은 이안 매켈런뿐만이 아니었다. <반지의 제왕>에서 사루만을 연기한 크리스토퍼 리가 한동안 강력한 대타로 거론되었으나, 2005년 개봉될 예정인 <스타워즈 에피소드3>의 촬영으로 인해 고사했던 것.
그뒤로는 대역을 쓰고 얼굴은 1, 2편에만 등장하는 리처드 해리스의 모습을 컴퓨터그래픽으로 변형하여 쓰는 안이 검토되었으나,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폐기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갑작스럽게 나온 대안이 바로 이안 매켈런이었던 것. 사실 덤블도어의 태곳적 이미지 정도쯤 되는 간달프를 연기한 이안 매켈런이 제격인 게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해리 포터> 시리즈의 제작진 중 일부가 이안 매켈런이 역할을 수락했다는 소식을 흘리면서, 소문은 사실로 변하는 듯했다. 그것이 지난 12월27일의 상황. 하지만 30일 몇몇 웹사이트들이 이안 매켈런이 아닌 다른 배우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거론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E! Online’이 <고스포드 파크>에서 열연했던 마이클 갬본이 역할을 맡았다는 소식을 내보내면서 상황을 변화시켰다.
그뒤로 지금까지 누가 덤블도어 역을 맡게 될지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가 없는 상태. 이미지의 중복을 우려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안 매켈런이 그 역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한편에서는 이안 매켈런이 할리우드를 휩쓰는 모습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하지만 올 5월에 개봉예정인 <엑스맨2>의 악역 마그네토로 오랜만에 악한 이미지를 선보이고 나서, 겨울에 <반지의 제왕> 완결편에서 간달프의 활약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2003년이 이안 매켈런의 해가 되기에는 충분하다는 것이 팬들의 평가이기도 하다. 여하튼 여러모로 2003년은 영화팬들에게는 흥미진진한 한해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이철민/ 인터넷 칼럼니스트 chulmin@hipop.com
<터미네이터3> 공식 홈페이지 : www.terminator3.com
<매트릭스> 공식 홈페이지 : www.whatisthematrix.com
<엑스맨2> 공식 홈페이지 : www.x2-movi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