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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맨 다큐멘터리
2002-12-12

친애하는 Y는 3년 전부터 트리오 밴드를 꿈꿔왔다. 나 역시 맘에 맞는 촬영감독과 녹음기사만 있으면 저예산 영화제작이 눈앞에 있다고 생각했었다. 똑똑한 Y는 돈보다 피상적인 기획 탓에 밴드를 못 만들었다고 바르게 반성했으나 반성이 곧 밴드를 만들어주진 못했다. Y는 얼마 전 다큐멘터리 지원금을 받으려고 기획서를 쓰다 스탭 구성에서 막히자 “원 맨 밴드라도 해야겠다”며 업그레이드하든지 동영상 편집용 PC를 새로 사겠다고 했다. 혼자 기획·연출, 촬영, 편집하는 디지털 원 맨 밴드로 일단 개겨보겠다 뜻은 가상하나 워드와 인터넷 서핑만 하는 무지렁이가 웬 동영상 편집 Y는 도대체 뭘 사서 어디에 끼우고 무슨 프로그램이 필요한지 알 턱이 없었다. 가격비교 사이트엔 5만원에서 2천만원까지 천차만별이었고 무조건 가본 용산전자상가에선 램 용량은 얼마고 메인보드는 뭐고 하드디스크의 속도는 어느 정도냐고 물어 즉시 집으로 돌아왔다. 자기 PC도 모르는 Y는 “…무조건 따라하기”라는 조립과 업그레이드 관련 서적을 내게서 빌려갔고 디지털 캠코더와 영상편집에 관한 책과 CD와 DVD 굽기에 관한 책까지 독파했다며 그동안에 배운 것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싫지만 요약해보면 첫째, 제 PC의 사양을 둘째, 용도에 맞는 동영상 편집보드를 셋째, 자신의 캠코더를 PC와 VCR에 연동시키는 방법을 넷째, 편집한 결과물을 CD나 DVD로 굽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섯째, 3년 전에 우리가 만든 습작을 멋지게 편집할 수 있을 것이며 여섯째, 60만원 정도의 비용을 누가 빌려 주게 될는지는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어쭈~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냐). 이지윤/ 비디오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