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영화제의 열기가 식을 무렵인데도 주요 수상작에 해당하는 영화들이 분주히 대여가 잘되고 있다. 가장 돋보이는 재히트작은 단연 <와호장룡>이다. 게다가 줄리아 로버츠의 멋진 수상소감이 인상적이었는지 <에린 브로코비치>가 출시된 지 꽤 되었는데도 케이스가 계속 거꾸로 서있다. <글래디에이터> 역시 대여가 멈추는 듯했지만, 두번씩 보는 고객들이 생기고 있다. 역시 아카데미의 위력은 대단하다.
각설하고, 시장이 어려우면 혼란이 따르기 마련이라더니, 출처가 불분명한 판권의 혐의가 드는 영화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외국에서 사온 DVD를 원본으로 출시한다는 둥, 서류가 위조되었다는 둥 전혀 상관없는 영화와 스타의 사진을 조작하여 재킷 디자인을 한다는 둥 수상한(?) 영화들에 대한 무성한 소문이 떠돌고 있다. 구체적인 정황까지 곁들여져 판권없는 영화들의 제목이 실제 거론되기도 한다. 문제는 해당영화들에 대한 처벌에 대해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인데, 원래 판권 소유주가 이의를 제기해야만이 소송이 성립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제재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게다가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한국의 업체들은 유령회사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시장이 불안정하면 암시장은 활개를 치게 마련인 것이다.
더욱이 최근 출시된 영화들은 왜 그리도 속편들이 많은지, 그 사실여부조차 확인이 안 된다. 물론 다 근거가 불명확한 속편은 아니겠지만, <페어게임2> <분닥세인트2> <터뷸런스3> <미이라2> <아라크네의 비밀2> <나는 네가 아직도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3> 심지어 <구니스3>까지…. 도대체 진짜인가? 가짜인가? 어디에 대고 확인을 하란 말인가?
이러한 사례들에 대한 원인규명이 되지 않는 한, 이런 영화들로 영업을 하는 나 역시 공범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주현/ 영화마을 종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