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 지금 이 이름을 접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가. 그는 지금 이 시간에도 고약스러운 가십거리들로 회자되고 있고 끔찍해져버린 몰골은 세인들에게 경악의 대상이 되었다. 한때 팝의 제왕으로 군림했던 마이클 잭슨의 환상적인 뮤직비디오로 그 시절 재미를 톡톡히 보았던 MTV는 올해의 ‘MTV 뮤직어워드’를 조금이나마 재미있게 꾸미기 위해서 이 가련하고 초라한 무관의 제왕을 무대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생방송으로 전미 100만명의 시청자들이 그를 한꺼번에 마음껏 짓밟으며 조롱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사건의 진상은 이렇다. MTV 뮤직어워드 행사일이 마침 마이클의 44번째 생일이었다. MTV는 마이클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케이크를 준비했고 요즘 잘 나가는 후배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케이크를 전달하기 위해서 무대에 올라와 이렇게 말했다. “저에게는… 잭슨이 ‘Artist of the Millennium’입니다.” 그녀의 소개를 받고 등장한 마이클은 어처구니없게도 마이크 앞에서 ‘Artist of the Millennium상’을 받게 된 소감을 장황하게 늘어놓고 말았던 것이다. 부모님께,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그 광경을 보던 모든 사람들은 그의 황당한 과대망상에 당혹해하며 통렬하게 비웃었다. 그리고 다음날 그 방송사고()에 대해 MTV의 대변인은 “약간의 오해가 있었다. 그곳에 ‘Artist of the Millennium’이라는 상은 존재하기도 않는다. 내 생각에는 (방송장비) 전선들이 좀 꼬였던 것 같다”라고 농담 같은 해명을 했다. 내 생각에는 이것은 사기극이다. 프로그램을 조금이라도 재미있게 꾸며보려는 저질연출가에 의한 비열하고도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비인간적인 기만으로 여겨진다. 그 엉터리 코디디쇼에 이젠 아무런 권력도 없는 왕년의 팝의 제왕이 일종의 공로상 같은 걸 받는 줄 알고 왔다가 바보가 됐다. 그 사건으로 사람들이 얼마나 즐겁고 재미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마이클 잭슨은 위대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문 워커>와 <데인저러스>를 보라. 록음악이 비틀스를 능가할 수 없듯이 팝은 마이클을 능가할 수 없다. 당대 최고의 가수였으며 천재적인 작곡가였고 가장 우아하고 눈부신 무용가 중 한 사람이며 전대미문의 카리스마를 가진 공연예술가였다. 그리고 그 어떤 거대한 자선단체 못지않게 많은 자선사업을 했고 많은 자선기금을 사회에 기부했다. 수많은 악성 루머에 시달렸지만 확실한 물증이 제기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결코 평범한 인간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딱히 누구에게 나쁜 짓을 한 적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의 이름을 거론할 때는 성형후유증에 대한 흉측함이나 사이코 같은 행동들만 떠올린다. 조롱거리로 몰락해버린 마이클 잭슨의 새 이름은 ‘Jacko’이다. 이것은 미치광이, 기인, 이상한 놈이라는 뜻을 가진 ‘Wacko’라는 단어와 ‘Jackson’을 합성한 것이다. 그의 새 이름은 신문이나 잡지의 머릿기사에 본명처럼 버젓이 나오고 있고 그렇다고 Jacko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만약 당신이 마이클 잭슨의 최신 정보를 찾기 위해서 인터넷을 이용한다면 검색어를 Jacko라고 넣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검색한 페이지들은 온갖 더러운 비난으로 가득 차 있다. 정말 왜들 이럴까 마이클 잭슨이 악인인가 사람들을 괴롭혔나 누군가를 착취했을까 그가 몇 가지 정신적, 신체적으로 결핍과 과잉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슬픈 일이기는 하여도 비웃고 손가락질할 ‘죄’는 아닐 것이다. 짐승들은 악한 것은 공격하지 못해도 약한 것은 집단적으로 공격한다. 우리가 짐승이 아니라면 한번만 다시 생각해보자. 팝역사에 엄청난 걸작을 남긴 한 예술가가 지금은 정신적, 신체적으로 병들어가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 조롱하고 희롱하는 것이 과연 인간다운 일인지 말이다.김형태/ 화가·황신혜밴드 www.hshband.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