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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X>의 바탕이 되는 13일의 금요일에 대한 금기
2002-11-28

왜 13일의 금요일인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날 준비를 하던 때에, “미국에 가면 반드시 미국 이름을 써라”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한국 이름 자체를 발음하기 어려워하는 미국인들이 많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미국인들과 가깝게 지내려면 영어 이름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그래서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쓰기 시작한 이름이 제이슨(Jason). 하고 많은 이름 중에 제이슨을 선택한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전설적인 마피아 알 카포네의 조직원 중 한명이었던, 한국인 제이슨 리의 이름에서 땄던 것. 한국인 마피아라면 무언가 강렬한 이미지를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섰던 것이다. 게다가 유승준을 주인공으로 제이슨 리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가 제작된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고 있었던 당시 상황도, 그런 결정을 내리는 데 어떤 역할을 한 것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원래 한글 이름을 안 쓰고 영어 이름을 쓰는 내게, 대부분의 미국인 친구들이 적어도 한번은 “왜 제이슨이냐”라고 캐물었다는 사실이다. 그때마다 마피아 제이슨 리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대체로 반응은 썰렁 그 자체였다. 기본적으로 제이슨 리라는 인물을 전혀 알지 못했던 것. 그래서 한번은 무심결에 “그 왜 있잖아 에 나오는…”이라고 대답했더니, 예상외의 반응이 나왔다.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변한 친구가, “다시는 절대로 그렇게 대답하지 말아라”라고 신신당부를 했던 것이다. 아무리 농담이더라도 의 제이슨을 따라 이름을 지었다는 이야기를 듣곤 기분이 나빠지지 않을 미국인은 거의 드물다는 것이 그의 세심한 설명이었다. 영화 과 그 주인공 제이슨은 그렇게 미국인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의 대명사였던 것이다.

서양인들이 13일의 금요일을 그렇게 금기시하게 된 것은 예수 최후의 만찬 때문이라는 설이 가장 보편적이다. 12명의 제자와 함께 마지막 만찬을 한 예수(12+1=13)가 13번째 제자인 유다의 배반으로 잡혀 들어가 금요일에 십자가에 못 박혀 죽임을 당한 것이 기독교인들에게 13일의 금요일에 대해 부정적인 느낌을 가지게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13일과 금요일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의 근원을 좀더 오래됐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고대 이집트 문명에서도 13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졌다는 것. 인생을 12계 단계로 나누고 13번째는 사후세계를 의미했다는 것이다. 그 때부터 전해져 내려왔다는 타롯카드에서 죽음을 나타내는 카드가 13번째 것이 된 것은 바로 그 때문. 한편 여성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기독교 신부들에 의해 13에 대한 금기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주장도 있다. 13이 ‘달의 주기’ 혹은 월경 주기와 연동된다고 믿고(13*28=364), 이에 대해 부정적인 암시를 오랜 기간 퍼뜨려왔다는 것이다.

그 진짜 근원이야 어찌됐던 13일의 금요일에 대한 서구인들의 강박증은 대단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아예 ‘13일의 금요일에 대한 공포증’이라는 뜻의 Triskaidekaphobia(트리스카이데커 포비아로 읽는다)라는 영어 단어의 존재. 다른 예는 파티장소나 식사장소에 13명이 모이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람을 파견해주는 회사가 프랑스에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1993년 영국의 의학 학술지 <British Medical Journal>에 ‘13일의 금요일이 당신의 건강에 해로운가’라는 제목의 논문이 실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기도 했었다. 그 내용인즉 ‘영국의 어떤 지역에서 6일의 금요일과 13일의 금요일의 교통사고 통계를 조사해봤더니, 사람들이 차를 몰고 나오길 꺼려하는 13일의 금요일에 교통사고로 인한 환자의 발생이 52%나 많았다’는 것. 물론 대부분의 의사들이 과학적이지 않은 논문을 실은 학술지에 강력한 항의를 하는 것으로 해프닝이 끝나긴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서구사회에서 금요일이나 13이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 경우도 아주 많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패밀리 레스토랑으로도 유명한 T.G.I.F라는 문구는 한주의 노동을 마감하는 금요일을 찬양하는 문구(Thanks God. It’s Friday)에서 유래한 것. 또한 스칸디나비안들의 경우엔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사랑의 여신 Frigg의 이름에서 연유한 ‘Frideaeg’란 말이 금요일인 Friday의 어원이라고 믿으면서 금요일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보이기도 한다. 현실에서도 한주를 마감하는 금요일을 특별히 싫어하는 이들은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다. 13의 경우도 금요일보다는 작지만, 긍정적으로 사용되는 예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서구의 평범한 도넛 가계에서 베이커스 더즌(Baker’s dozen)이라고 해서, 12개를 사면 1개를 더 줘 13개를 만드는 관습이 있는 것도 그 좋은 예.

하지만 그 근원이나 긍정적인 면이 어쨌든 간에, 13일의 금요일을 서구인뿐만 아니라 전세계인의 금기로 만들어놓은 것은 당연히 영화 이다. 지금으로부터 22년 전인 1980년, 단돈 70만달러로 처음 만들어진 이후 이번에 선보인 <제이슨 X>까지 총 10편이 개봉되면서 공포영화의 대명사가 되었기 때문. 그런 의미에서 보면 감독 숀 커닝햄을 비롯해 영화 의 제작진들은, 오히려 13일의 금요일 때문에 행운아가 된 색다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금기를 뻔한 영화를 통해 확대생산하면서 큰돈을 버는 것은, 웬만한 행운아들이 아니면 누릴 수 없는 상황이 분명하기 때문이다.이철민/ 인터넷 칼럼니스트 chulmin@hipo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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