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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관] 화해 그리고 파괴, <구멍가게> <방코>
2002-11-27

새로운 것과 낡은 것의 갈등, 이 해묵은 갈등은 누구의 시점에서 그리는가에 따라 ‘당연한 진취적 승리’나 ‘노스탤지어로 가득 찬 우울’로 귀착되곤 한다. 이번주 독립영화관(KBS2TV 11월30일(토) 새벽 1시)에서 방영할 <구멍가게>(엘자 브뤼셀라스 연출/ 35mm/ 컬러/ 24분/ 2002년/ 포르투갈) 역시 이런 성격의 영화다. 28년째 잡화상에서 일했던 안토니오 할아버지는 어느 날 봉변을 당한다. 주인이 바뀌면서 새로 온 젊은 직원이 개혁을 시작한 것이다. 후줄근한 일상복 대신 멋쩍은 유니폼을 입어야 했고, 바뀐 상품 배열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심지어 고객조차 젊은 직원에게 더 호감을 보인다. 나태하지만 편안했던 자신의 왕국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것이었다. 그 다음 뻔한 승리나 우울로 끝나지는 않는다. 화해와 파괴가 동시에 일어난다. 같이 방영하는 <방코>(패트릭 보사르 연출/ 35mm/ 컬러/ 4분/ 1999년/ 프랑스)는 단편영화의 한 정수를 보여준다. 거리에서 리코더를 연주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악사 앞에 검은색 리무진이 잠시 선다. 리무진에 타고 있던 아이는 가난한 리코더 악사를 놀리고 그는 아이에게 지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데, 영화는 그것을 반복법과 점층법으로 꾸려간다. 4분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계급의 강고한 차이를 유머를 섞어가며 드러낸다. 두편 모두 단편영화의 전략에 충실하면서도 뭔가 ‘발언’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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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효인/ 영화평론가 yhi60@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