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외로움도 멋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라면 대체로 성공한 영화다. 독립영화 중에도 이런 영화들이 적잖이 있다. 그럴듯함, 현실과는 동떨어진 상황인데도 영화 화면을 통해서는 용납될 뿐만 아니라 감격하는 상황, 또 다른 박진감이 있는 것이다. 관습적인 영화의 박진감이 지겨워서 독립영화를 선택했건만 독립영화 속에는 그만의 박진감이 있다. 이번주 독립영화관(KBS2TV, 11월 29일(토) 새벽 1시)에서 방영하는 <뿌연 하늘 흰구름>(박용준 연출/ 16mm/ 컬러/ 40분/ 2002년) 역시 그런 박진감이 있는 영화다. 남자와 헤어진 은은 직장을 그만두고 혼자 수영을 하다가 귀를 앓는다. 기호의 애인은 은의 친구다. 어느 날 기호와 그의 애인은 은의 집을 방문한다. 분위기는 썰렁했지만 은과 기호 사이에는 어떤 전류가 흐른다. 기호의 애인은 기호보고 자꾸만 ˝하자˝고 한다. 그러나 기호는 은에게 마음이 끌린다. 둘은 어쩌고저쩌고 하다가 같이 대화를 나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은 압축되고, 시간 순서는 뒤바뀌고, 짧게짧게 상황들은 이미지를 던진다. 아무 얘기도 아니다. 외롭다는 것, 혼자 무엇인가를 헤매고 다닌다는 것, 현실적인 개연성도 없고 실제로 해보면 멋있지도 않다. 그런데 이 영화 속에서 그것들은 신비롭고 멋있다. 독립영화만의 박진감이다. 하지만 이젠 극복해야 할 박진감이다.이효인/ 영화평론가 yhi60@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