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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허만 감독의 <브래스트 오프>
2002-11-21

아,대니 보이!

Brassed Off, 1998년감독 마크 허만 출연 이완 맥그리거SBS 11월22일(금) 밤 11시30분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어릴 때부터 천재로서 재능을 타고났거나 스타의 반열에 올라선 이들에 관한 영화는 적지 않다. 음악 장르를 불문하고서. <브래스트 오프>는 다른 길을 걷는다. 영화엔 예술적인 거장이나 특정한 반열에 올라선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남보다 잘난 것이 없으며 심지어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다.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TV 시리즈 연출자 겸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알려진 마크 허만 감독은 <브래스트 오프>에서 이런 질문을 던진다.

영국의 한 작은 탄광촌에선 밴드가 대회를 위해 연습 중이다. 마을 사람들은 밴드에 깊은 관심을 지니고 있으며 지휘자인 대니 역시 마찬가지다. 폐광으로 실업이 확산되자 대니의 동료들은 차츰 음악에 대한 열정을 잃어버리게 된다. 생활의 고민이 더 큰 것이다. 밴드는 슬럼프를 겪지만 새 단원이 들어오면서 활기를 되찾는다. 앤디의 어린 시절 연인이었던 글로리아가 귀향해 밴드에 가세한 것. 앤디와 글로리아는 오랜만에 만나 연민의 정을 느낀다. 하지만 글로리아가 귀향한 진짜 원인이 밝혀지면서 밴드 단원들은 혼란을 겪는다.

<브래스트 오프>의 이야기는 참신한 구석이라곤 없다. 오히려 사회적 함의가 더 풍부하다고 해야 할까. 1990년대 초반이 시간적인 배경인 이 영화는 당시 영국의 정치적 상황을 빗대고 있다. 정부정책이 야기한 실업문제를 직설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이 와중에 해고당하고 갈 곳을 잃은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드라마는 복잡하지 않다. 약간의 사랑 이야기가 첨가되고 대회에 참가하려는 목적으로 연습하는 밴드의 이야기, 그리고 단원들 내부의 갈등이 부각되고 있다. 여기엔 지휘자인 대니의 비중이 가볍지 않다. 그는 아들과 눈에 보이지 않는 갈등구조를 형성하고 있으며 영화에선 대니의 건강에 관한 에피소드가 끼어들기도 한다. 세부적인 이야기의 줄기는 <브래스트 오프>가 영국 프리시네마의 유산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영화는 코미디와 드라마의 절묘한 배합에 있어 최근 여느 영국영화에 비해 우월한 위치에 있다.

<브래스트 오프>는 비약이 심한 점도 없지 않다. 영화를 보는 이는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하지만 해피엔딩 역시 인공적인 기운이 역력하다. 그럼에도 영화는 감동적인데 그것은 드라마보다 영화음악의 힘에 기인한다. 밴드 구성원들이 다른 단원을 위해 음악을 연주하거나 대회에 참가해 웅장한 연주를 들려주는 순간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하고 있는 것이다. <브래스트 오프>만큼 <대니 보이>(Danny Boy)의 선율이 근사했던 영화는, 기억나지 않는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