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 신문이 만난 사람/조르주 멜리에스 ■“스튜디오가 바로 꿈의 공장”
1902년 상영돼 우리를 매혹시킨 영화 <달나라 여행>은 대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그 비밀을 엿보기 위해 파리 교외의 몽트뢰유 수 부아에 자리잡은 조르주 멜리에스(41)의 스튜디오를 찾아갔다. 스튜디오란 게 꼭 온실 같구나, 생각하며 안으로 들어가니 앞쪽에 연극무대의 배경처럼 보이는 배경그림막이 걸려 있었다. 여기에서 멜리에스는 시사문제를 다룬 영화에서 속임수 영화, 사극영화, 광고영화 등을 만들어왔다.부유한 제화업자의 아들인 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 연인을 떼어놓으려는 집안의 강요로 영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마술과 연극에 심취했다. 27살 때 아버지의 유산으로 로베르 우댕 극장을 사들여 마술과 연극을 선보였던 그는 1896년 영화를 만들기 시작해 <신데렐라> <메피스토펠레스의 방> <고무머리의 사나이> <사라진 귀부인> 등 수많은 영화를 만들어왔다. 1900년 그는 영화제작자위윈회의 초대 위원장으로 선출되었다.
어떻게 영화를 시작하게 됐는지.
→ 내가 1895년 12월28일, 그 뤼미에르 형제의 첫 번째 시네마토그라프 상영회에 갔었어요. 보곤 ‘바로 저거다’ 싶었지. 그래서 뤼미에르 형제에게 1만프랑에 시네마토그라프를 팔라고 했는데, 아마 내가 자기들의 경쟁자가 될 거라고 생각했나봐. 안 판다는 거야. 그래서 영국의 발명가 로버트 윌리엄 폴로부터 단돈 1천프랑을 주고 영사기를 구입해 그걸 개조해서 쓰기 시작했어요.
여러 종류의 영화를 만들었지만, 대중은 속임수 영화를 가장 좋아합니다. 어디에서 그런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까.
→ 파리 오페라 광장에서 영화를 찍을 때였어요. 카메라 내부에서 필름이 꼬여 작동이 정지됐었어. 그래, 겨우 엉킨 필름을 풀어 촬영을 마치고 영화를 틀어보니 엄청난 일이 벌어진 거야. 전차가 영구차로 변하고 남자가 여자로 변해 있는 거야. 그걸 보고 아하, 마술과 영화를 결합하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오겠구나 생각했지.
영화는, 마술이나 연극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영화 만드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 모든 극은 상상력에서 끌어낸 시나리오를 기초로 해야 해요. 관객에게 주는 효과를 연구하고 그에 따라 콘티를 만들고 무대와 의상 제작 등 모든 것이 시나리오 없이는 불가능하죠. 사실 이러한 작업들은 연극과 아주 비슷합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작가가 모든 걸 다 통제해야 돼요. 그게 연극과 다르지. 열 사람이 영화를 지휘한다면 그 작업은 실패로 끝날 거야. 그러니까 작가가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각자의 역할을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을 만큼 모든 걸 머리 속에 넣어두고 있어야 해요.
연극무대에서 봤던 배우들이 당신 영화에 등장하기도 하는데, 배우들은 어떻게 찾나요.
→ 영화에 재능있는 배우를 찾는 거, 정말 어려워요. 아, 훌륭한 연극배우들도 카메라 앞에 서면 영 아닌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야. 영화는 나름의 고유한 표현 영역을 가지고 있어요. 연극에서는 많은 관객 앞에서 말로, 그리고 몸으로 표현하면 되지만 영화에서 관객은 딱 하나, 카메라뿐이야. 게다가 표현 방법도 오직 몸짓뿐이야. 확실한 몸놀림, 분명한 움직임이 중요한데, 그걸 제대로 해내는 연극배우들은 그렇게 많지가 않아. 파리의 연극무대를 샅샅이 뒤지고 다녔는데도 말야. 영화를 만든다는 게, 참 길고 까다로운 여정이야.
그래서 당신이 직접 배우로 출연하는 경우가 많은 거군요. (웃음)
→ 그런 이유도 있지.
배우 섭외말고 또 어떤 어려움이 있나요.
→ 어려움이야 많지. 유리로 된 저 천장을 봐. 저리 들어오는 햇빛이 유일한 조명인데, 하늘의 상태가 어디 항상 같나. 햇빛이 쨍쨍 내리쬐다 구름이 끼기만 해도 일이 아주 어려워진다니까. 또 기계 고장, 필름 이상, 감광도의 차이 등 문제는 끝이 없어. 그래서 필름을 현상해 음화상태에서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면 얼마나 기쁜지 몰라. 하지만 영화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런 인내와 열정을 잘 몰라요. 아예 무시하는 경우도 허다하고. 그래서 ‘이 영화는 왜 이렇게 비싸죠’라는 질문을 받으면 할말이 없어요. 영화가 어떻게 제작되는지도 모르고 돈부터 얘기하는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하겠어.
미국이나 영국에는 스튜디오를 벗어나 영화를 찍는 감독들이 있습니다. 이곳을 벗어나 영화를 만들 생각은 없나요.
→ 전혀. 이곳에서 모든 종류의 영화를 다 만들 수 있는데, 왜 밖으로 나가겠어. 여기가 바로 내 꿈의 공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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