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컬처잼 > e-윈도우
인터넷과 영화의 만남,최근 이야기들
2002-11-07

디즈니,마이크로소프트의 품으로?

냅스터가 벼랑 끝으로 몰려 문닫을 위기에 놓이고 냅스터의 한국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소리바다가 법정소송으로 서비스를 중단해야 하는 위기를 맞이하자, 더 이상 P2P(Peer to Peer) 파일 교환서비스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하지만 그런 섣부른 예측은 비웃음을 사고 있다. 냅스터나 소리바다에 그 기술적인 근원을 두고 좀더 진보된 서비스를 법망을 피해 제공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여러 차례 기사화되면서 이용자 수를 급격히 늘리고 있는 카자(www.kazaa.com)가 그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이용자 수 330만명을 자랑하고 있는 이 카자 서비스의 특징은, 그 어떤 P2P 서비스보다 많은 고화질 영화 파일(Divx)이 교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비디오도 출시되지 않은 <스타워즈 에피소드2>나 <마이너리티 리포트>마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이다.

대부분의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그런 카자 서비스의 확산을 심각하게 생각하면서 대응방안을 고민 중이다. 법적소송을 통해 서비스를 정지시키려 시도 중이긴 하지만, 이용자들의 반감만 살 뿐 실제적인 효과는 거두기 힘들다는 것을 냅스터의 경험을 통해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몬스터 볼>로 유명한 영화사 라이온스 게이트가 지난 10월 중순에 신작 <The Rules of Attraction>의 개봉에 앞서 카자사와의 협력을 통해 P2P 온라인 마케팅을 실행해 큰 관심을 끌었다. 라이온스 게이트는 Altnet라는 전문회사를 통해 복제가 불가능한 영화의 파일을 만들어, 이를 제한된 카자 이용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시도를 했던 것이다. 그런 시도에 대해 라이온스 게이트사는 “영화의 주타깃층인 18살에서 34살의 젊은이들에게 가장 확실하게 영화를 판매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온라인을 통해서라는 판단이 들었다”며, 이번의 시도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인 영화의 온라인 판매기법을 만들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게 할리우드의 한쪽에서 P2P와 같은 ‘적’을 활용해보려는 시도를 시작하고 있는 사이, 인터넷의 한쪽에서는 할리우드를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가 시작되기도 했다. 그 주인공은 DVD X Copy(www.dvdxcopy.com)라는 이름의 DVD복제 소프트웨어 사이트. PC에서 DVD를 복제할 수 있게 해주는 획기적인 기능의 소프트웨어는 지난 10월28일부터 DVD X Copy의 홈페이지를 통해 100달러에 판매되고 있는 중이다. DVD의 화질로 영상을 저장할 수 있는 DVD-R 또는 DVD-RW를 구입하고도 막상 보유하고 있는 DVD타이틀들의 복제는 못하고 TV나 녹화해왔던 이들에게, 이 소프트웨어의 등장은 반가울 수밖에 없는 것. 하지만 99년 노르웨이의 한 10대가 DVD의 암호화 기술을 무력화하는 프로그램을 공개한 것을 제외하고는 완벽하게 DVD의 복제를 막아왔던 할리우드 입장에서는, DVD의 복제가 자유로워질 가능성에 예의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할리우드의 법적 대응을 처음부터 예상하고, DVD X Copy를 만든 321 Studio사가 역(逆)소송을 법원에 제출한 상태라는 사실이다. DVD타이틀을 소유하고 있는 소비자가 자신의 DVD 카피를 만들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법원이 확인해달라는 것이 그 소송의 내용. 할리우드의 입장에서는 앉아서 따귀를 먼저 맞고 울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 미디어 분야의 애널리스트는 “이것은 냅스터의 등장에 맞먹는 사건이다. 지금까지야 Divx라는 다소 떨어지는 화질의 영화 파일들이 돌아다녔지만, DVD X Copy는 DVD타이틀 하나를 약 4G의 파일로 만들어 완벽하게 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블록버스터 비디오 등 비디오 체인점의 비즈니스에 심각한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재미있는 것은 또 다른 한쪽에서 블록버스터와 같은 기존의 비디오 체인들을 괴롭히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온라인 DVD 대여시장의 95%를 장악하면서, 새로운 닷컴의 신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넷플릭스(www.netflix.com)사가 그 주인공.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 만에 무려 70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이 서비스는, 1만2천여종의 DVD타이틀을 한달에 20달러(2만5천원)만 내면 무제한으로 대여받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이용자는 한번에 최대 3개의 타이틀까지 우편을 통해 받아볼 수 있으며, 다 보고 반송을 하면 또다시 3개의 타이틀을 빌려볼 수가 있다. 넷플릭스의 등장에 대해 처음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던 블록버스터 비디오사는, 온라인 DVD 대여시장의 급격한 확산에 위기감을 느끼면서 얼마 전 넷플릭스와 유사한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시작하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는 중이다. 거기에 대항해 넷플릭스사는 지난 10월 말 배송 서비스 강화를 위해 12개의 새로운 배송센터를 오픈함으로써 대응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서로 물고물리는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할리우드와 온라인 업체들간의 관계에 대해 마지막으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중요한 것이 하나 남아 있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MS)와 디즈니가 지난 10월 말 발표한 협력관계 구축이다. MS의 온라인 서비스인 MSN의 새로운 버전을 선보이면서, 디즈니가 가진 양질의 콘텐트를 함께 제공하고 수익을 분배한다는 것이 그 협력관계의 핵심. Mr Showbiz, go.com 등 온라인 사업에서 큰 손실을 보고 퇴각한 디즈니의 이러한 행보가 다른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한 사실. 따라서 향후 할리우드와 온라인 업체간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것은 아주 재미있는 일이 될 것이 분명해졌다고 할 수 있다. 이철민/ 인터넷 칼럼니스트 chulmin@hipop.com

→ 넷플릭스 홈페이지 : http://www.netflix.com

→ 인터테인너 홈페이지 :

http://www.intertain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