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영화예비군 Y는 꿀꿀했다. 체재비가 없어 광주영화제의 니카츠 로망 포르노를 포기했고 꿩 대신 닭으로 빌린 국내 에로비디오들이 촌닭이었기 때문이다. 비디오숍 주인장의 소개로 잘 나가는 에로스타 은X와 하XX 등이 나오는 비디오 세편은 명성에 비해 그저 그랬다. 두편은 6mm 디지털 비디오로 저렴하게 만든 탓에 사운드가 형편없이 깨져서 거대한 노이즈가 Y의 귓전을 찌인하게 애무해댔고 다른 한편은 방송용 카메라로 찍어 화질과 음질이 조금 나았지만 뽕짝스러운 배경음악이 심히 거슬렸다. Y는 몇년 전 보았던 에로비디오들과 다른 차이점 셋을 발견했다. 하나, 시나리오가 말은 되더라는 것. 둘, 정사신이 더 노골적이라는 것. 셋, 촬영현장을 스케치한 클립들이 앞뒤에 붙어 있다는 것. 이 촬영현장을 스케치한 클립들이 강조하는 것은 뜻밖에도 연기는 연기일 뿐이라는 (우리는 이렇게 ‘일’하고 있다) 자기 긍정과 관객을 위해 비싼 장비를 (트랙, 달리, 작은 크레인쯤 되는 지미집) 동원했다는 차별화이다. Y는 비디오를 빌리며 내심 딴 생각을 하고 있었다. 포르노가 “일종의 뮤지컬이 아닐까”라고 의심했던 어느 비평가의 말을 떠올리며 음악에 집중해서 에로비디오를 감상해보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뮤지컬이 현실적인 대화와 액션에서 춤과 노래로 넘어갈 때의 기괴한 느낌을 없애고 자연스럽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듯이 포르노 역시 뜨거운 순간으로 넘어갈 때의 기이함을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Y의 기대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어긋나 버렸다. 하긴… 오빠가 배 다른 여동생과 섹스할 땐 도대체 어떤 음악이 깔려야 할까 난감하다. 이지윤/ 비디오칼럼니스트 emptybal@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