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quency, 2000년감독 그레고리 호블릿출연 데니스 퀘이드SBS 11월10일(일) 밤 12시55분
어느 부자(父子)가 있다. 직업에서 외모, 그리고 성격에 이르기까지 이 두 사람은 많은 부분 닮았다. 남는 시간에 전파를 전송하는 일을 하는 것까지 비슷하다. 그런데 이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를 볼 수 없는 상황에 있다. 시간의 간격, 그리고 삶과 죽음의 문제에서 서로 다른 위치에 서 있는 것이다. 둘이 조우하게 하는 방법은 <프리퀀시>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다. 초자연적 현상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는 어느 가족 이야기는, 가슴뭉클한 구석이 없지 않다. 그들은 최소한, 잃어버린 가족의 반가운 목소리를 듣게 되니까.
<프리퀀시>는 서로 다른 시간을 배경으로 한다. 먼저 1999년, 북극광 현상으로 온갖 주파수가 뒤섞이는 일이 발생한다. 낡은 무선전신기를 만지던 존 설리반은 어떤 목소리를 듣는다. 죽은 아버지의 목소리다. 유령인가 그렇지는 않다. 1969년 당시, 살아 있었던 프랭크 설리반이 말을 거는 것이다. 과거의 아버지와 대화를 나눈 존은 기발한 생각을 떠올린다. 화재로 죽은 것으로 되어 있는 아버지를 구하기로 결심하는 것.
<프리퀀시>를 보고 있으면 의문이 가는 점도 없지 않다. 영화에서 아들 존과 아버지 프랭크는 무전으로 많은 대화를 나눈다. 자잘한 가족사에서 스포츠경기, 그리고 그들이 해결해야 할 사건 단서에 이르기까지. 소방관과 형사인 직업정신을 살려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것이다. 아버지가 과거에 단서를 남기면, 아들은 아버지가 숨긴 물건을 30여년 뒤에 찾아낸다.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일까 어쨌든 영화에서 둘은 상황과 추론을 서로 알려가면서 범인의 정체를 파악한다. 드라마와 SF, 그리고 스릴러 등의 장르를 차례로 접붙이면서 <프리퀀시>는 할리우드의 ‘변형된’ 가족드라마의 윤곽을 만들어낸다. 이건 스릴러물인 <프라이멀 피어>를 만든 적 있는 그레고리 호블릿 감독의 솜씨다. 호블릿 감독은 고전적인 장르영화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는 데 재주가 있다.
기실 <프리퀀시>를 보며 떠올릴 수 있는 영화는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꿈의 구장>(1989)이다. 영화에서 1960년대와 1980년대라는 시간적 격차를 사이에 두고, 아들은 한때 비웃었던 아버지의 꿈을 이해하게 된다. 야구는 부자가 화해하는 매개체다. <꿈의 구장>은 할리우드 영화, 특히 1980년대 이후 작품 중 ‘부권의 회복’이라는 모티브를 가장 잘 녹여내고 있는 것으로 논해지곤 한다. <프리퀀시>에서도 잃어버린 부성은 회복되고 아버지는 아들과 정겨운 사랑의 표현을 나눈다. 영화는 평론가 로빈 우드의 언급을 되새기도록 한다. “아버지의 복권, 이것이 현대 할리우드 영화의 지배적인 기획을 구성한다는 것, 모든 활용가능한 장르를 포괄한다는 것은 타당한 주장이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