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복을 입자는 캠페인이 벌어질 정도로 요즘 사람들은 내복을 잘 입지 않는 모양이다. 사람에 따라 내복은 속옷이기도 하고 실내복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떤 사람에게는 ‘내복’이 시대에 뒤떨어진 숨겨야 될 ‘소품’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발가벗었지만 따뜻하게 해주는 ‘용품’이리라. 이번주 독립영화관(KBS2TV 토 새벽 1시)에서는 그 내복에 관한 에세이를 볼 수 있다. 사실 제목조차 내복인 <내복>(연출 신철호/ 16MM/ 컬러/ 30분/ 2001)은 내복에 관한 얘기이긴 하지만 절절한 사모곡이기도 하다. 내복에 오줌을 쌌던 어린 시절, 내복 때문에 생긴 구타, 내복 덕분에 무사히 치른 수능시험, 군 복무 시절 실연의 아픔을 달래줬던 내복, 그리고 엄마의 죽음에 동승한 내복…. 30분 길이의 중편이지만 에피소드들의 묶음으로 이루어진 덕택에 길게 느껴지지 않는 이 영화는, 그래서 한편으로는 지지부진하기도 하다. 동시에 이야기 만들기에 집착하느라 섬세한 영상묘사가 실종된 아쉬움도 준다. 또 이야기를 열고 닫는 솜씨에 비해 이미지는 아귀가 맞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내복이라는 소재를 통하여 모정을 표현할 뿐만 아니라, 기실 보잘것없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여운은 강력할 정도다. 착한 영화는 착한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이효인/ 영화평론가 yhi60@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