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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리브스덴 스튜디오 세트 방문기(3)
2002-10-25

문이 열리고,환상이 시작된다

다이애건 앨리, 더즐리네와 위즐리네

하나의 봉인된 세계를 주춧돌부터 설계하는 기초작업은 1편에서 마무리지은 덕분에 비교적 수월해진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프로덕션 디자인팀은, 해그리드의 오두막, 다이애건 앨리와 같은 기존 공간의 보완과 디테일의 확충에 좀더 공을 들일 수 있는 여유를 맘껏 누렸다. 약간의 ‘메이크업’을 더하면 수상쩍은 상점들이 늘어선 녹턴 앨리로 ‘1인2역’ 변신도 가능한 다이애건 앨리 세트에 들어서자, 미처 입을 가릴 새도 없이 주책맞은 탄성이 터져 나온다. “2년 반째 휴가도 없이 제작에 내몰리지만 매일아침 이 세트에 들어설 때마다 저절로 입이 벌어진다”고 말한 프로듀서 데이비드 헤이만에게 어쩔 수 없이 공감하고 만다. 파이어볼트를 필두로 온갖 기종의 퀴디치 빗자루가 전시된 퀴디치 전문 상점, ‘유니콘 피 거래 금지’ 경고문이 나붙은 약재상, 듀이 십진분류표 대신 ‘연금술’, ‘폴터가이스트’, ‘용’ 등의 분류표가 내걸린 서점. 심을 박아 지그재그로 천장까지 쌓아올려진 책더미를 들춰보니 <호그와트 지도> <초보자를 위한 변신술> 등 꼼꼼히 지은 제목 밑에 스탭들의 이름을 장난스럽게 인용한 저자명이 붙어 있다. 다른 저자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할 위험도 없고 동료도 놀릴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것이 프로덕션 디자이너 스튜어트 크레이그의 해명()이다. 머글의 흔적이라곤 휴지 한 조각도 찾을 수 없다.

앳된 환성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인형을 든 한 무리의 어린이들이 부모의 손을 잡고 기쁨에 겨워 깡총대고 있다. 언론에 대한 엄격한 보안을 생각하면 신기한 노릇이지만 <해리 포터>의 리브스덴 세트는 촬영 중에도 일반 어린이들의 투어에 개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어느 세트보다 다이애건 앨리의 상점가에서 홍조를 띠는 어린 방문객들의 표정에서 알 수 있듯 <해리 포터>의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어린이들을 무엇보다 열광시키는 것은 조앤 K. 롤링의 텍스트가 구축한 풍요한 디테일과 복잡함 자체다. 시리즈 전체를 통해 작가가 세심하게 관리하는 일관성과 통합성이 아이들로 하여금 마음놓고 <해리 포터>의 아기자기한 미로에 몸을 던지도록 푹신한 그물을 쳐주는 것이다. 소품 디자이너와 세트 드레서들의 정밀한 손끝이 빛을 발하는 또 다른 베스트 세트는 해리의 단짝 론네 식구들이 사는 위즐리네 집과 2편에서 새로 부임한 왕자병 말기의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 길데로이 록허트의 강의실이다. 가난하지만 위트와 포용력으로 즐겁고 왁자하게 살아가는 위즐리 가족의 공기는 산만하면서도 생활의 향기가 밴 살림살이에 그대로 묻어난다. 남매들이 각기 뭘 하고 있으며 어떤 위기에 처했는지 보여주는 마법의 시계와 머글들의 조리 비법을 엿보는 요리책, 책에는 없지만 디자이너들이 발명해낸 스스로 뜨개질하는 바늘 등의 사랑스런 소품들에는 개성 강한 마법사 남매들이 콩깍지 안의 콩처럼 모여 사는 집안을 꾸미는 동안 스스로 흥에 겨워버린 디자이너들의 모습을 엿보게 한다. 위즐리네 세트의 상극은 방학이면 계단 밑 벽장에서 해리가 눈칫밥을 먹는 프리벳가의 더즐리 이모부 집 세트. 위즐리네와 똑같이 영국 평균 가정의 주택 구조로 지어졌지만 환상이 비집고 들어갈 틈새 하나없이 청결하고 무감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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