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믹 키튼(Atomic Kitten)의 새로운 싱글 <The Tide Is High (Get The Feeling)>이 누리고 있는 인기는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음악의 질과 히트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게 더이상 새로운 얘깃거리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 뻔할 정도로 평범한 곡이 영국 싱글 차트를 굴복시킨 것은 의외의 결과이다.
아토믹 키튼은 지난 2000년 데뷔한 여성 3인조 그룹으로, 스파이스 걸스(Spice Girls)의 거대한 성공에 고무된 제작자들에 의해 쏟아져 나왔던 90년대 후반의 수많은 ‘걸 그룹’들 가운데 하나이다. 음악 스타일은 물론이고 그 이름에서부터 외양까지 스파이스 걸스의 ‘말괄량이’ 이미지 트렌드를 재탕한 ‘워너비’(wannabe)에 가깝고, 그들의 데뷔 앨범 <Right Now>는 평범한 수준의 성공을 거둔 범작이었다. 그래서 최근의 갑작스런 인기몰이는 더더욱 예상 외로 느껴진다. 스파이스 걸스는 이미 해산했고 그뒤를 따라 등장했던 비슷비슷한 유형의 걸 그룹들 역시 비슷한 운명에 처해졌으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교통사고의 순간에 지미 헨드릭스의 빙의를 경험했다고 주장한 기타리스트 프랭크 마리노처럼, 갑작스럽게 음악의 천재로 재탄생했을 리도 만무한 일이다.
여기서 분석 가능한 성공 요인이라고는 이미 가치가 검증된 과거의 히트곡을 리메이크했다는 사실 정도이다. 최근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문제의 곡 <The Tide Is High (Get The Feeling)>은, 타이틀에서 알 수 있다시피, 블론디(Blondie) 원곡의 리메이크이다. 관건은 영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뻔한 재탕에 불과하다는 것이 (적어도 여기선)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토믹 키튼의 팬들 대부분은 원곡이 히트하던 ‘80년 당시에는 탄생이 예정조차 되지 않았을’ 연령층이기 때문이다. 팬들은 그저 곡 자체의 뛰어난 멜로디를 아토믹 키튼의 이름으로 흡수하고 있을 뿐, 오리지널과의 차별성 여부는 그들의 영역 밖이란 얘기다.
그와 더불어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뮤직비디오의 파장이 수행한 모종의 역할 효과이다. 이 곡의 비디오는 기본적으로(내용을 요약하고 말 것도 없이) 그저 세 여성 멤버들이 화면 가운데 서서 춤추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전부이지만, 임신한 몸으로 촬영을 강행한 멤버 나타샤 해밀튼의 불어오른 배가 그대로 화면에 노출된다는 점이 화제가 된 것이다. 그건 <배니티 페어>의 표지를 장식했던 데미 무어의 만삭 누드와는 사뭇 다른 차원이다. 20살짜리 미혼 임신부가 부른 배를 드러내고 춤을 추면서 “난 당신을 절대로 포기하지 못해”라고 노래하는 모습은 자칫, 스파이스 걸스의 ‘걸 파워’(Girl Power) 모토에 대한 오해로 굴절되어, 10대 팬들에게 자신만만한 여성의 ‘쿨’한 이미지로만 받아들여질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계산된 효과에 의한 것이며, 페미니즘적 발로라기보다는 오히려 궁여지책에 더 가깝다는 점은 그 막연한 동경 속에서 쉽사리 간과돼버릴 수도 있다.
실상, 아토믹 키튼은 멤버의 임신 때문에 이미 한 차례 우여곡절을 겪은 전력이 있다. 팀의 실질적 리더였던 케리 카토나가 인기 절정의 보이 밴드 웨스트라이프(Westlife)의 멤버 브라이언 맥페이든과의 사이에서 생긴 아이 때문에 그룹을 떠났던 것이다. 연이어 발생한 유사한 사건에 대해 매니지먼트의 선택 여지는 제한되었을 것임에 분명하다. 임신한 멤버를 대체할 처녀를 매번 찾아다니는 일이 주업무가 될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게다가 ‘임신부의 부른 배’가 그 자체로 충분한 센세이션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물론, 그런 쟁점적 노출이 <The Tide Is High (Get The Feeling)>의 성공에 어떤 식의 상승작용을 만들어냈는지 구체적으로 얘기하기란 불가능하다. 애초에 히트곡이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현상에 의해 만들어지게 마련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히트곡을 만들기 위해 뮤직비디오는 그 어떤 것이라도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이 좀더 확실해진 것만은 분명하다.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mymusic.co.kr 대표 bestles@mymus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