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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 메시니 그룹의
2002-10-17

그들의 `말`도 이해하고파

Pat Metheny Group: More Travels Limited Edition 1993년, 화면포맷 4:3오디오 PCM stereo지역코드 3출시사 씨엔엘뮤직

영화도 마찬가지지만, 음악이라면 특정한 장르에 대한 별다른 집착없이 골고루 듣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 나로서는, 최근 속속 나오는 각종 음악 DVD 타이틀들이 반갑기만 하다. 가장 큰 이유는 물론(음악 DVD 마니아라면 뭔가 다른 방법들이 가득 있겠지만) 바쁘게 생활하는 까닭에 생각보다 접근하기가 어려운 뮤직비디오나 공연실황을 최상의 음질로 마음껏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어린() 시절부터 은근히 좋아했기 때문인지, 최근 들어 여러 개가 동시에 출시된 팻 메시니 그룹의 DVD 타이틀들을 보고는 행복감에 마냥 빠져 있는 중이다. 특히 93년에 발표되었던 그들 최초의 영상물이라고 기억되는 <More Travels>가 DVD 타이틀로 출시되었다는 사실은 더이상 말이 필요없게 만들 정도다.

이 DVD는 10여년이 지난 영상물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과 맞물려, 상대적으로 최근 곡을 담고 있는 다른 타이틀들과는 조금 차별화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화면 속에 등장하는 보스턴의 한 음악 홀의 모습. 완벽하게 통제된 스튜디오도 아니고 그렇다고 관객이 등장하고 박수를 치는 미니 공연 실황도 아닌, 특이한 오픈 스튜디오 형식은 최근에는 보기 힘든 경우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뮤직 비디오에서 익숙하게 만나는 깨끗한 영상이 아니라 어느 정도 입자가 거칠게 보이면서도 당시 상황의 ‘공간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것이 매력.

흥미로운 것은 부드러우면서도 집요하게 귀속을 파고 드는 팻 메시니의 기타 연주만은, 화면 속의 공간감과 상관없이 완벽하게 통제된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것 같은 매끄러운 음색을 그대로 재현해서 들려준다는 것. 이것은 음악 타이틀인 만큼 제작과정에서 음의 녹음에서 엄청난 신경을 쓴 결과로 보인다. 물론 이 부조화스러운 영상과 음악이, 어떤 이들에게는 아주 이질적으로 느껴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슬슬 음악 속으로 빨려들어가다보면, 그러한 느낌은 모두 사라지고 어느새 음악과 영상에 빠져들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확실히 음악 DVD는 영화의 경우와는 다른 기준이 적용되어야 맞다. 화질 등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분명 아직도 허점이 있지만, 음악 DVD만이 가질 수 있는 특유의 매력이 따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작은 문제라면 기술적인 면과 상관없이 이 <More Travels> DVD도 몇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DVD 시장을 겨냥한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글 자막이 없다는 점과 더불어 멤버들의 인터뷰 등과 같은 부가서비스가 전무하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김소연/ DVD 칼럼니스트 soyoun@hipo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