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k, Stock and Two Smoking Barrels1998년, 감독 가이 리치 출연 닉 모란MBC 10월20일(일) 밤 12시30분
“대부분의 범죄자들은 멍청하다. 범죄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라곤 없다.” 어느 영화 대사처럼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의 범죄자들은 머리가 좋지 않은 편이다. 조직의 안전을 위해 아지트에 철문을 설치해놓았건만 “다 아는 사이인걸”이라는 핑계로 사용하지 않는다. 어느 폭력배는 아들을 옆에 끼고 범죄현장을 돌아다니는데 그럼에도 아들이 욕설을 쓰면 꾸지람을 일삼는다. 기괴한 풍경이다. 영화는 이렇듯 황당하고 덜 떨어진 뒷골목 건달들에게 포커스를 맞춘다.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는 범죄영화다. 영화 속 인물들은 버릇처럼 “저 녀석은 진짜 멍청해”라고 서로를 힐난한다. 코믹한 범죄영화다.
에디와 친구들은 큰돈을 벌기 위해 궁리를 한다. 돈을 모아 해리의 도박판에 끼기로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에디 일행은 해리의 술수에 말려들어 오히려 큰돈을 빚지고 만다. 일주일 안에 돈을 갚아야 하는 에디 등은 도그 패거리가 대마초 조직을 습격하려는 계획을 알게 된다. 중간에서 돈을 가로채기로 결정한 에디 등은 무기를 구한다. 한편, 해리는 골동품 총기를 훔치려고 하는데 이 총이 에디 일행에게 넘어간다. 흑인 갱단 두목과 에디 일행, 그리고 해리에게 충성하는 부하 등은 한자리에서 마주친다.
“<스카페이스>라는 영화 알아 마약밀매의 지침서라구.”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의 악당들은 영화에 대해 논하거나 영화 흉내를 낸다. 할리우드 고전 갱스터, <007> 시리즈 등이 그것이다. 이 밖에 영화는 홍콩 누아르 시절의 오우삼 감독, 타란티노를 비롯한 대중영화의 자식, 1950년대에 세련된 범죄영화를 만든 쥘스 닷신 등의 영향을 내비친다. 장면들은 근사하다. 분할화면과 정지화면의 효과적인 사용, 그리고 감각적인 영화음악을 배치함으로써 가이 리치 감독은 어두운 뒷골목 세계를 역동적으로 포장해낸다. 영화 속 리듬감도 주목할 만하다. 전체적으로 다소 느린 템포로 진행되다가 몇번의 총격전과 액션장면에서 눈부신 기교를 섞어내는 방식으로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는 ‘쿨한’ 영화적 스타일을 완성한다. 이같은 연출방식은 가이 리치 감독의 차기작 <스내치>(2000)에서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가이 리치 감독은 전적으로 “영화사에 무관심한 세대”다. 영화를 전공하지 않았으며 타란티노처럼 개인의 취향을 중심으로 연출을 공부한 경우다.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는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에디 일행은 시행착오와 행운을 겪으면서 돈가방을 다시 손에 쥐게 된다. 일확천금이 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장면이 바뀌면 그 가방은 텅 비어 있다. 쉽게 들어온 것은 쉽게 나가는 법.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는 에디와 친구들이 처한 기막힌 상황을 엔딩장면에 요약함으로써 엽기적인 유머감각을 뽐낸다.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는 현대의 폭력영화가 어떻게 진화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만하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wherever70@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