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10일부터 13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특별한 영화제 하나가 열린다. 사단법인 한국농아인협회가 주관해 마련하는 제3회 장애인영화제가 그것. ‘장애인영화제’ 하면 언뜻 장애인에 관한 내용의 영화들을 상영하는 영화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지 않다. 이번 영화제의 개막작은 <오아시스>. 폐막작은 <YMCA야구단>이고, <취화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집으로…>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결혼은, 미친 짓이다> <공공의 적> <달마야 놀자> <연애소설> <챔피언> <피도 눈물도 없이> <해적, 디스코왕 되다> 등 이미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들이 상영된다. <이른 여름, 슈퍼맨> <Subway Kids 2002> 등 단편과 애니메이션도 상영되지만, 다른 영화제들에 비해 프로그래밍 자체에 주안점이 있지 않다. 이 영화제는 한마디로 ‘장애인을 위한’ 영화제다. ‘소리를 보고 그림을 듣고’라는 표어 그대로, 보거나 듣지 못하는, 혹은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행사인 것이다.
장애인영화제가 마련하고 있는 장애인 관객 서비스 내용을 살펴보면, 반대로 평소 장애인들이 극장 나들이하는 데 얼마나 어려움이 많을지 짐작할 수 있다. 영화제쪽은 청각장애인을 위해서는 자막과 수화통역사와 골도기기(소리를 기계적 진동으로 변환해 전달하는 기계)를, 시각장애인을 위해서는 화면해설(화면상에 나타나 있는 이미지를 말로 설명해주는 장치)과 자원봉사, 지체장애인 및 휠체어장애인을 위해서는 휠체어통로와 엘리베이터, 그리고 자원봉사를 제공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이같은 시설이나 서비스를 온전히 갖추고 있는 극장이 거의 없다. 아니, 얼마나 없는 지를 조사한 자료조차 제대로 없다. 장애인영화제쪽에서 영화제 사업의 일환으로 영화관 내 장애인편의시설 종합조사를 벌이려고 했으나, 예산확보가 안 되어서 손도 못대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국내 800여개 영화관 중에서 장애인 편의시설이 어느 정도 갖추어진 곳은 30여개 미만”이라는 것이 장애인협회쪽의 판단이다. 협회쪽이 서울 시내에서 장애인 편의시설이 잘되어 있는 영화관으로 꼽는 곳은 씨네큐브 광화문과 메가박스, 스타식스 정동 등 3곳. 주출입구 접근로가 평면이냐, 경사로냐, 계단이냐,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이 있느냐, 주출입문이 평면이냐, 회전문이냐, 미닫이냐, 승강기 혹은 리프트가 있는가, 장애인화장실이 있는가, 장애인용관람석이 있는가를 기준으로 점검한 바에 따르면, 씨네큐브 광화문은 경사로, 주차구역, 평면 주출입문, 승강기, 화장실, 관람석 등을 갖추어 이중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메가박스는 주출입구 접근로와 주출입문이 평면이고 승강기와 화장실 시설을 갖췄고, 스타식스 정동은 출입구 근처에 마련한 360도 돌아가는 관람석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모든 극장을 조사평가한 결과는 아님).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심재권 의원은 영화진흥위원회가 나서서 극장의 장애인편의시설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휠체어좌석과 휠체어통로, 골도기기, 화면해설 시스템, 특수자막처리 등 시설을 갖추는 데에는 물론 비용이 많이 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시행돼야 하는 사안이기도 하다.
장애인영화제가 장애인들이 마음놓고 극장 나들이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되지 않으려면, 평소에도 일반 관객과 장애인들이 함께 어울려 영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국내 극장의 시설이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한다.(장애인영화제 상영일정표와 문의 안내는 150쪽 게시판 참조).최수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