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편 보는 데 4천원을 낼 것인가, 8천원을 낼 것인가? 지난해 메가박스에 이어 6월28일부터 CGV강변, 구로, 명동점이 관람료 차별화를 실시함에 따라 무턱대고 주말 극장가를 찾으면 조조 요금의 2배를 내는 시대가 왔다. 지난해 6월29일 메가박스가 조조 입장료를 4천원으로 할인하는 대신 주말 관람료를 8천원으로 올리면서 시작된 관람료 차별화는 이번에 CGV가 합류함에 따라 차츰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멀티플렉스 체인인 롯데시네마는 “7군데 극장이 모두 지방에 있어 당장 가격차별화를 실시할 수는 없지만 가격차별화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에 CGV강변, 구로, 명동점이 채택한 가격차별화는 지난해부터 메가박스가 실시한 정책과 큰 틀에서 같지만 좀더 세분화된 가격체계다. 성인관객 요금만 보면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조조는 4천원, 2회부터 7천원, 밤 11시 이후는 6천원, 금요일에서 일요일까지는 조조 4천원, 오후 2시까지 7천원, 오후 2시부터 밤 9시까지 8천원, 밤 9시부터 밤 11시까지 7천원, 밤 11시 이후는 6천원. CGV쪽은 “주5일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몰리는 관객을 분산시켜 평일 관객에게 혜택을 주는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실제 CGV쪽의 통계를 보면 전체 관객 가운데 금요일에서 일요일까지 관객이 60%,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관객이 40%를 차지한다. 주말은 토·일·금요일 순으로 관객이 몰리고 평일은 수·목·월·화요일 순. CGV는 일단 서울시내 극장에서 가격차별화를 실시한 뒤 지방으로 확대할 방침이지만 전국적으로 정착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내다본다. 지방 극장의 경우 아직 대전 6천원, 부산 6500원 등 가격체계가 서울과 다른데다 가격차별화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메가박스나 롯데시네마도 아직 지방에서는 이같은 가격차별화 정책을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극장업계가 가격차별화 정책을 실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주말에 수용할 수 없는 관객을 평일로 돌려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주말 요금을 올려받는 것을 “실질적인 가격인상”이라고 비판해도 부정할 논리는 별로 없다. 어느 정도 반발이 예상되지만 업계가 가격차별화를 대세로 보는 이유는 이미 메가박스가 이런 정책을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 흥행성수기에 시행한 메가박스의 주말요금 인상은 무리없이 받아들여졌고 가격상승에 따른 관객감소는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조조요금 인하, 심야요금 인하 등으로 전체 관객 수는 늘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극장문화가 발달한 거의 모든 나라에서 이런 정책을 쓰고 있다는 사실도 가격차별화 대세론에 힘을 실어준다. 런던의 극장 워너 빌리지의 경우, 주중에 5.4파운드, 주말에 7.8파운드를 받고 있으며, 프랑크푸르트의 극장 키노폴리스는 좌석을 A, B, C로 나누고 월·화·목과 수요일, 금·토, 일·공휴일 요금을 각각 다르게 받는다.
유럽과 달리 일본은 요일별 차별화가 뚜렷하지 않지만 매주 수요일을 ‘레이디스 데이’로 정해 여성만을 위한 할인가격을 받는다. 도쿄의 AMC극장의 경우, 심야요금 할인, 매월 1일 팬 감사데이 할인, 매주 금요일 신작 첫회 상영작 할인 등 다양한 할인정책을 쓴다. 모두 관객을 분산시키면서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의 산물. 국내 멀티플렉스들의 가격차별화 정책도 시간이 지나면 좀더 세분화된 가격일람표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남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