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아이로니컬하다. 원래 그런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이로니컬한 상황을 목격할 때 감탄하거나 전율한다. 이건 마치 열성 유전자로 채워진 모든 남성들이 우성이라고 착각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번주 독립영화관(10월4일 밤 12시50분)에서 방영하는 <공자 가라사대>(민경진, 안진수 연출/ 16mm/ 컬러/ 22분)에서는 삶의 아이러니와 열성 남성들의 대행진을 볼 수 있다. 열심히 공부하지만 언제나 전교의 꼴찌 주변을 맴도는 10대, 본의 아니게 퇴직 파티를 치르고 온 10대의 아버지인 50대, 공익요원에게 쫓겨다니면서 길거리 닭꼬치 장사를 하는 30대, 학생들에게는 위엄을 부리지만 정작 자신은 주변머리없는 노총각인 40대(그는 10대의 담임 교사다), 지하철 노약자석을 두고 50대와 다투다 쓰러지는 60대(그는 40대의 아버지다) 등. 그들의 사건은 얽히고 설켜서 진행된다. 서사구조로만 본다면, 쿠엔틴 타란티노가 만든 <재키 브라운>의 한국판 독립영화 버전이다. 공자는 서른이면 이립이고, 마흔이면 불혹이며, 쉰이면 지천명이오, 예순이면 이순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영화 속 인물들은 그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고전에 대한 순진한 반항이자, 삶의 아이러니에 대한 포착이다. 그래서? 같이 방영할 <일장춘몽>(송예진 연출/ 16mm/ 컬러/ 12분)은 유치원 여교사를 사랑하는 갱상도 아이의 고군분투를 그리고 있다. 열성 종자인 남자들은 일찌감치 유전자의 본색을 드러내는데, 귀엽게 보면 재미있고, 불쌍하게 보면 오히려 동정심이 생기지 않는다. 그래도 재미는 있다.이효인/ 영화평론가 yhi60@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