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회의 이혼율이 50%에 이른다는 얘기를 들을 때면 그들에게 사랑과 결혼은 도대체 무슨 의미일지 참 궁금하다. 새로운 애인이 생겨서 합의하에 이혼을 하는 케이스가 많은 걸 보면 그들은 나이가 들건 결혼이라는 제도에 들었건 항상 사랑이라는 감정을 새롭게 추구하는 데 인색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사랑을 ‘지켜야겠다’는 약속의 마음가짐은 훨씬 약한 것 같기도 하다.
어쨌거나 우리나라 사람에게 결혼이 하나의 낙인이라는 건 거의 확실해 보인다. 오늘 뉴스에서 보니 결혼한 지 20년 된 부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20%만이 행복하다고 답했으며 무려 56%의 사람들이 ‘의무감으로 산다’는 충격적인 대답을 했다! 꽃다운 나이에 만나 알콩달콩 사랑을 속삭이던 사람과의 사이에 20년 후에 남는 감정이라곤 의무감 뿐이라니! 모두가 그토록 부르짖는 사랑이라는 것과 결혼식의 경건한 서약 따위는 대번에 우스워지는 것이다.
최근 비디오가게에서 <파 앤드 어웨이>와 <바닐라 스카이>를 며칠 상관으로 뽑아들었다. 결혼한 지 얼마 안되어 신혼의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만이 찍은 첫 번째 영화와, 그런 톰 크루즈가 니콜 키드만과 파탄이 나게 한 여인과 찍은 영화. 페넬로페 크루즈와 동거하면서도 톰 크루즈는 니콜을 사랑하는 사실엔 변함이 없을 거라고 당당히 인터뷰에서 얘기했다지? 쩝. 결혼은 미친 짓이라기보단, 왜 하는지 모르면서 그냥 해야될 것 같으니까 하는 별거 아닌 짓 같다는 생각이 요즘들어 자주 든다. 손원평/ 자유기고가 thumbnail@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