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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단편영화 <소음> <권투 선수의 휴식>
2002-09-13

미친 짓에 대하여

결혼은 미친 짓이라고 말했던 충무로영화가 있었지만, 사실 그 영화를 보노라면 배부른 소리처럼 들린다. 결혼에 얽힌 공인된 이야기 예컨대, 가부장제와 남녀차별에 관한 문제조차 제대로 다루기 싫어서 사랑과 섹스의 속박 등에 관해서만 얘기하니, 이 어찌 배부른 소리가 아니랴. <소음>(신상순 연출/ 16mm/ 컬러/ 16분/ 2002)은 공인된 이야기라기보다는 결혼이라는 행위의 뒤안길에 나뒹구는, 비록 자잘하지만 구구절절한 얘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은 결혼이 미친 짓인지 아닌지 따위는 결코 묻지 않는다. 단지 남편의 후배와 아이를 데리고 놀이공원에 가는 것만으로도 약간 죄스러운 기분일 따름이다. 아이를 가운데 둔 놀이공원 안의 썰렁한 만남이지만 그래도 그녀의 콧구멍은 시원하다. 꼭 바깥바람을 쐬었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데리고 나갔던 아이를 잃어버렸고, 파출소에서 만난 남편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억울하고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번주 독립영화관(KBS2TV, 토 새벽 1시10분)에서 방영할 또 하나의 결혼담은 <권투 선수의 휴식>(김환진 연출/ 16mm/ 컬러/ 15분/ 2002)이다. 헤어진 지 3년 만에 옛 아내를 찾아온 권투 선수는 하루종일 그녀의 집 앞에서 기다린다. 그는 지쳐 있고, 지친 자신을 옛 아내가 위로해 주길 바라는데, 그것이 안 되자 다른 남자와 살고 있는 그녀의 방까지 쳐들어간다. 왜 이런 이야기를 생각해놓고 하다가 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서늘한 시선만은 좋다. 이효인/ 영화평론가 yhi60@yahoo.co.krㆍ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