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ttle Royale 2000년, 감독 후카사쿠 긴지 자막 영어, 한국어화면 포맷 아나모픽 1.85:1오디오 돌비 디지털 2.0, 5.1지역 코드 3출시사 크림 DVD
‘오늘, 가장 친한 친구를 죽·였·다’라는 자극적인 카피를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배틀 로얄>은 제목만으로도 심장을 두근두근 뛰게 만든다. 분명히 허무맹랑한 구석이 있는 이 엽기 잔혹한 일본영화가, 이상하게도 매력적인 면이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 <배틀 로얄>의 매력이란 잔혹하다는 보편적인 평가와는 달리, ‘별로’ 잔혹하지 않고 ‘매우’ 재미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반의 친구들이 살아 돌아갈 단 한명이 되기 위해 친구들에게 도끼를 휘두른다는 설정만 보면 상당히 잔혹스럽긴 하다. 그러나 40번이 훨씬 넘는 영화 속의 다채로운 죽음들을 보다보면, 어느 순간에는 잔혹스러움이란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하게 된다. 더 심하게 말하자면 화면 속을 이리저리 수놓는 피들로부터 어딘가 귀여운 구석이 있음을 느끼게 될 정도. 더 나아가서는 갖가지 방식으로 자살하거나 혹은 살해당하는 여러 종류의 학생들을 보면서, ‘저런 시대면 선생이나 학생이나 참 괴로울 만해, 쯧쯧’이라는 엉뚱한 생각까지 하게 되기도 한다.
‘감독판’으로 출시된 <배틀 로얄> DVD는, 그런 의미에서 잔혹한 장면들을 통한 충격보다는 그 잔혹스러움이 변형된 재미를 극대화시켜주는 서플먼트들이 눈에 띄는 타이틀이다. 그중에서 처음 눈길이 머무르는 곳은 ‘The Book was published’라는 제목. 만화 같은 내용의 이 영화가 실은 소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그 소설이 출판 당시 42만부나 팔려나가면서 일본 전체를 논란 속으로 몰아넣은 문제작이었다는 뒷이야기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이런 뒷이야기는 일본의 영화전문 위성방송인 <WOWOW>에서 방영되었던 제작 다큐멘터리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장엄한 아리아와 강한 비트의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현란하게 펼쳐지는 감각적인 편집의 자료화면은, 영화 <배틀 로얄>의 색다른 면모를 잘 드러내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놀라운 것은 카메라에 잡힌 후카사쿠 긴지 감독의 역동적인 모습들. 촬영 당시 나이, 70살. 백발이 성성한 모습의 이 노감독이 ‘액션영화일 뿐 리얼리티를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강하게 잘라 말하는 부분에서는, 신선한 충격을 넘어 감동까지 받게 될 정도인 것.
<배틀 로얄> DVD에는 이 밖에도 오디션, 촬영현장, CG, 재촬영, 녹음, 예고편 등에 대한 수많은 서플먼트가 포진해 있다. 따라서 일본영화의 제작시스템이나 홍보시스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도 상당히 적격인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소연/ DVD 칼럼니스트 soyoun@hipo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