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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늑대인간
2002-09-05

늑대와 인간 사이,도살된 영혼들

An American Werewolf in London1981년, 감독 존 랜디스 출연 데이비드 노튼, 제니 아구터, 그리핀 던 장르 공포 (유니버설)

조 단테의 <하울링>과 함께 80년대 늑대인간영화의 걸작으로 꼽히는 <런던의 늑대인간>이 재출시됐다. 제목 그대로, <런던의 늑대인간>은 런던에 여행을 간 미국 학생이 늑대인간으로 변하는 이야기다. 컴퓨터그래픽의 도움없이 릭 베이커가 창조해낸 늑대인간의 변신 과정은, 지금 보아도 감탄할 만하다. 런던 근교의 황야지대를 여행하던 대학생 데이비드 케슬러와 잭 굿맨은 ‘도살된 양’이라는 기묘한 이름의 술집에 들어간다. 문을 들어서자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마을 사람들. 벽에는 악마의 상징이라는 5각형 별이 그려져 있고, 사람들은 이방인에게 공연히 시비를 건다. 케슬러와 굿맨은 차 한잔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가게를 나선다. 마을 사람들의 유일한 충고는 ‘길만 따라가고 절대로 황야로 들어서지 말라’는 것. 하지만 밤눈이 어두운 케슬러와 굿맨은 길을 벗어나 황야 안으로 향한다. 순간 휘영청 뜬 보름달 아래 고고하게 울리는 늑대의 울음소리. 겁에 질려 도망치는 케슬러와 굿맨은 늑대의 공격을 받고 굿맨이 죽는다. 늑대에게 물린 케슬러가 죽기 일보 직전 총성이 들린다. 흐려지는 케슬러의 눈에 총을 든 마을 사람들이 보인다.

<런던의 늑대인간>은 기존의 늑대인간 전설에 고유한 학설을 덧붙인다. 늑대인간에게 물려죽은 사람은 결코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혼령으로 떠돈다는 것이다. 얼굴이 갈기갈기 찢긴 굿맨은 병실의 케슬러에게 찾아와 자살하라고 권한다. 네가 죽어야 늑대인간의 희생자들이 자유로워진다며(이 설정은 <파리의 늑대인간>에서 자신을 문 늑대인간을 죽이면 저주가 풀려난다는 것으로 바뀐다. 죽은 영혼만이 아니라 늑대인간의 저주까지 풀린다).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 뮤직비디오에서 좀비들을 대거 출연시키기도 했던 존 랜디스 감독의 걸작 <런던의 늑대인간>은 비극과 희극이 뒤섞인 독특한 질감의 공포영화다. 자신이 늑대인간으로 변해 사람들을 죽였다는 사실을 안 케슬러는 광장의 경찰관에게 달려가 자신을 체포하라며 소동을 벌인다. 케슬러를 사랑하는 알렉스의 애원은 허공으로 흩어진다. 희생당한 영혼들이 자살하라고 케슬러를 다그치는 곳은 포르노 극장. 교성이 울려퍼지는 극장 안에서 케슬러는 늑대인간으로 변하며 비명을 지르고, 이내 살육의 장으로 변한다. 조금 서툴면서도, 진심이 전해지는 전형적인 80년대 스타일의 공포영화다.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