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뜻밖의 기쁜 일이 생기는가 하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슬픔이 추가된다. 그 슬픔은 대체로 나이를 먹으면서 생기는데, 인효삼씨는 야구 때문에 그렇다. 30대 중반쯤 되는 인효삼은 연달아 재수나쁜 일을 겪는다. 야구광 손님을 태우고 잠실 야구장을 내려주자마자 경기장 밖으로 날아온 공이 자기 택시에 부딪혔다. 또 취객과 시비가 붙었고, 그 화를 풀기 위해 마신 술자리에서도 싸움을 할 뻔한다. 괜한 야구 얘기를 꺼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야구를 하기로 결심한다. 그의 포지션은 센터필드. 그런데 이게 과연 야구 얘기일까? 내 보기에 <센터필드 인효삼씨>(김혁 연출, 16mm 컬러 20분, 2002)는 나이를 먹으면서 나이만큼 자라지 않는 생활환경과 잃어버린 자신감 따위에 관한 얘기다. “방구도 뿡뿡 뀌면서 자신있게 던져”라고 인효삼은 말하지만, 그 말은 바로 자신을 향한 말이다. 젊은 감독이 이런 이야기를 생각하는 것은 어딘가 수상하다. 하지만 정신 제대로 박힌 사람이라면 수상한 시절에 수상한 생각을 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이번주 독립영화관(KBS2TV, 토요일 새벽 1시10분)에서 <센터필드 인효삼씨>와 함께 방영하는 다른 영화로는 <경례>(박지훈 연출, 35mm, 컬러 10분, 1998)도 있다. 이 영화의 화면은 화려하고 정확하다. 그런데 이야기는 중간에 하다가 멈춘 것 같다. 그 대신 영화만의 효과 그러니까 이미지의 배열에 트릭을 사용함으로써 기대감과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그야말로 순수한 영상(편집)적 재미를 과시하고 있다. 스킨헤드가 구두 수선공을 향해 총을 겨눠 방아쇠를 당기고, 구두 수선공의 망치가 땅에 떨어지지만, 구두 수선공은 멀쩡하게 앉아 있다, 뭐 이런 식이다. 재미있다. 이효인/ 영화평론가·경희대 교수 yhi60@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