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비디오 가게에는 감시카메라‘마저’ 있다. 단단히 경각심을 일깨우려는 듯, 카메라는 작은 TV와 연결되어 천천히 흘러가는 타임코드와 함께 진열대를 순회하는 고객을 향해 항상 전시되고 있다. 카메라의 시점은 부감을 넘어서 버즈아이뷰, 아니 거의 전지적 시점에 가깝기 때문에 TV화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자신의 모습이라곤 오로지 내 머리숱이 얼마나 많으냐 하는 것 정도지만.
그러나 얼마 전 나는 꽤 진귀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으니, 구석진 곳에서 아줌마 아저씨가 뽀뽀를 하고 있는 모습이 그것이었다. 마침 아르바이트생은 잠시 자리를 떴고 그날따라 TV는 카운터 옆 바닥에 내려놓여져 있었던 것이다. 그 손바닥만한 좁은 공간의 가장 후미진 곳을 찾아 애정행각을 탐구할 여유를 갖다니 아줌마 아저씨의 사랑은 대단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들의 사랑의 결실인 듯한 다섯살배기 어린애는 아무것도 모른 채(혹은 알면서도 모른 척) 만화영화 코너 앞에서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와우! 그러나 그들의 행위는 곧 문을 열고 들어온 아르바이트생의 등장으로 인해 끝을 맺고 말았다.
아이가 고른 비디오를 카운터에 들고 온 그들은 놀랍게도 신규 등록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잠시만요…” 하면서 아르바이트생은 바닥에 놓여 있던 녹화TV를 다시 원위치로 옮겨놓았다. 로맨스가 희극적 비극으로 바뀌는 과정은 이렇게 해서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되었다. 낭만과 쪽팔림은 현대사회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손원평/ 자유기고가 thumbnail@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