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광고주 KTF 제품명 드라마 대행사 웰콤 제작사 매스메스에이지(박명천 감독)
광고 격전지의 대표적인 분야인 이동통신업계가 여인의 향기를 폴폴 풍기고 있다. 이동통신업계의 쌍두마차인 SKT와 KTF는 소비자의 연령대별로 브랜드를 잘게잘게 쪼개 ‘장군멍군’식 경쟁을 벌여왔다. TTL과 나, 유토와 메인, 팅과 비기 등이 대칭형으로 존재해온 움직이는 통신 이름들이다. 유독 여성전용 이동통신브랜드만 KTF의 드라마, 하나였다. 그런데 나 홀로 길을 걸어가는 드라마가 외롭게 보였는지 SKT도 동반자를 내세웠다. 카라(CARA)가 그것이다.
경쟁체제에 들어가면서 여성에 관한 두 짧은 필름도 한층 흥미를 끌고 있다. ‘카라’라는 새 여성 브랜드의 탄생은 여성을 따로 떼내 집중 겨냥한 ‘드라마’의 전략이 유효했음을 증명한다. 일등의 자부심으로 충만한 SKT가 상품가치가 없는 것에 덤빌 리 없다. 여성으로 대상을 특화한 브랜드는 금성녀(女)의 속성이 본능적인 뿌리든 사회적인 줄기든 간에 화성남과 현격한 차이를 지녔다는 인식을 전제로 삼고 있다. 남성과 다른 동시대 여성의 꿈, 환상 그리고 착각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드라마 CF와 카라 CF의 얘기는 누가누가 더 잘했나를 떠나 호기심을 자극한다.
먼저 드라마 광고는 모델 교체로 자리 넓히기 혹은 다지기를 시도하고 있다. 론칭 이후 ‘따르르릉’ 하는 휴대폰 벨소리를 따라 사랑을 찾아나서는 여인(이영애)의 모습 등을 통해 여성의 드라마엔 설렘과 낭만이 깃들어 있음을 전해온 이 광고는 이번엔 ‘반지의 제왕’ 안정환의 부인인 이혜원을 새 얼굴로 기용해 여심을 공략하고 있다. 광고 내용은 이혜원은 곧 안정환의 부인이란 세간의 인식을 충실히 따른 것으로 채워져 있다. 2002 FIFA 월드컵 공식후원사인 KTF의 성격에 맞게 포스트 월드컵의 시류를 탄 CF는 한국 대 이탈리아의 16강전 중계방송을 시청하는 이혜원의 표정을 섬세하게 따라잡으며 보는 이의 감정선을 자극한다.
일단 기본 재료가 좋다. 극적인 역전승, 승리의 주역인 안정환 등 실제상황을 바탕에 둔 이 CF는 그때 그 감동을 되새김질하며 코끝 찡한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미간을 찌푸린 채 애를 태우다가 기쁨의 눈물을 주르륵 쏟으며 반전을 이루는 이혜원의 얼굴은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는 16강전의 안정환 스토리와 겹쳐지며 ‘(이혜원은) 정말 그랬을 거야, 아무렴 그러고도 남지’란 맞장구를 자아낸다. 고급스러운 흑백톤 아래 이혜원의 표정만 클로즈업한 함축적인 영상은 시청자의 감정선을 차분하게 다스리며 주목을 유도하고 있다. 대개 이같은 표현방식은 촌철살인의 카피 한방으로 마지막을 강타할 때 진한 여운을 남기게 마련이다. 드라마 CF는 ‘남편의 골든 골과 반지키스는 대한민국 여자들의 드라마였습니다. 대한민국 여자의 이동전화, 드라마’라는 문구로 유종의 미를 노렸다.
여기서 잠시, 카라 론칭 광고로 시선을 옮긴다. 카라 CF는 ‘차르르르’ 하는 영상기 소리와 들국화의 <축복합니다>란 곡이 복고적인 기운을 내뿜는 가운데 만인의 여인으로 불려온 여배우의 결혼식 장면을 차례차례 소개하고 있다. 광고에 등장하는 사진은 제작진이 삼고초려 끝에 간신히 사용 허락을 받았다는 문희, 유지인, 김희애, 신애라, 유호정 등 결혼 잘했다고 소문난 여성스타의 실제 결혼식 스틸. 이 CF는 여성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경건한 순간이라는 결혼을 소재로 새 여성통신 브랜드가 청혼처럼 다가가겠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웨딩장면은 선발주자인 드라마와 달리 여성 가운데서도 결혼한 3049세대를 타깃으로 정한 카라의 특성도 상징한다.
카라광고주 SK텔레콤 제품명 카라 대행사 화이트·TBWA 제작사 옐로우(김상태 감독)눈썹을 올리는 마스카라와 카라 꽃에서 이름을 따온 카라는 마스카라처럼 여성의 생활을 풍성하게 업그레이드한다는 뜻을 지녔다. 유명스타의 결혼식 사진 퍼레이드란 시청자의 등을 곧추세우는 신선한 발상으로 인상적인 신고식을 치른 카라 CF는 앞으로 여자이면서도 아내이고 엄마이며 친구인 기혼여성의 다양한 얼굴과 욕망을 반영할 예정이다.
이제 막 초반레이스를 시작한 드라마 광고와 카라 광고가 어떤 테크닉을 구사하며 가속도를 낼 것인지는 두고볼 일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두 광고 모두 완성도 있는 모양새와 차별화한 아이디어를 자랑하고 있음에도 여성을 이해하는 새로운 무엇을 제시할 것이란 기대는 안겨주지 못하고 있다. 새 얼굴로 제2의 출발을 알린 드라마 CF는 대한민국 여자의 이동전화란 야심찬 문구를 내걸었지만 논리의 비약이란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 월드컵 대표팀의 각본없는 드라마에 대해 많은 여성은 여자여서가 아니라 남자와 마찬가지로 한국인이란 정체성 때문에 감동하고 흥분했을 것이다. 월드컵의 단상 가운데 하나인 축구스타 부인의 내조담을 대한민국 여성의 드라마로 거창하게 확장한 데에는 선뜻 박수를 보내기 힘들다.
유명인과 결혼한 여성스타를 내세운 카라 광고의 출발 역시 상투적인 여성의 판타지에 머무른 흔적이 엿보인다. 멋진 남성의 그림자를 작위적으로 걷어낼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여자의’를 수식어로 단 브랜드 광고인데 이왕이면 여성의 주체성을 산뜻하게 환기하는 방법론을 모색했으면하는 소망이 있다.조재원/ <스포츠서울> 기자 jon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