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독립영화계는 말 그대로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옹기종기 노닥거리는 것 같은 한국독립영화협회의 사무국 실무자들은 각자의 일감에 곤죽이 되어 있다. 지난해부터 한국독립영화협회로 몰려든 일들 때문에 유력한 독립영화인들이 미디어센터와 충무로 지하철역의 시민영상센터라고 할 수 있는 활력연구소 등으로 흩어져서 일하게 되었다. 계속 일은 늘어만 가고 그만큼 논쟁적인 화제도 자극적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그런데 작품은? 작품은 그 논쟁과 일감만큼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는 편이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독립영화계에서 두각을 나타낸 사람들이 충무로로 자의 반 타의 반 옮기는 경우가 많은 현실도 그 이유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한마디로 독립영화계는 저 깊은 곳으로부터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번주 독립영화관(KBS2TV, 8월23일, 새벽 1시10분)에서 방영할 <지구로의 여행>(김수영 감독, 16밀리, 컬러, 19분)이나 <반납>(김송호 감독, DV, 10분) 역시 그런 지각변동의 노정에 놓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비디오테이프 반납의 강박을 활기찬 상상력과 엉뚱한 코미디로 풀어간 <반납>은 독립영화계의 어떤 경향, 즉 일상적 생활의 특정 요소를 단편영화의 문법을 이용하여 만든 영화다. 점층, 과장, 반전의 문법이 바로 그것이다. <지구로의 여행>은 여전히 동심을 간직한 독립영화의 한 모습을 보여준다. 지구본에 매료된 소년, 그 소년이 자라 지구본을 만들고 사랑도 한다. 세상은 각박해도 꿈은 아름답다. 이 낭만성 또한 독립영화가 안고 가면서도 멋있게 버려야 할 것이기도 하다. 이효인/ 영화평론가·경희대 교수 yhi60@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