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mas Crown Affair1968년, 감독 노먼 주이슨 출연 스티브 매퀸 EBS 8월24일(토) 밤 10시
이건 피어스 브로스넌 주연의 리메이크작이 아니다. 1960년대에 화제를 뿌린 ‘원판’이다. 화제의 이유는 단순했다. 주연인 스티브 매퀸과 페이 더너웨이의 키스장면이었다. 범죄자와 그를 조사하는 보험수사관을 연기한 두 사람은 자극적인 두뇌게임을 펼친다. 상대방을 사랑하면서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을지 의심한다. 이들은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에서 1분 이상 지속되는 농염한 키스장면을 연기했는데 당시 관객에게 가장 ‘에로틱한’ 장면으로 기억되기 충분했다. 페이 더너웨이는 30년 뒤 영화가 리메이크되었을 때 우정출연하기도 했다.
백만장자인 토마스 크라운은 완전범죄를 모의한다. 은행을 털 것을 계획한 그는 자신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고용해 범죄를 실행에 옮긴다. 보험수사관 비키 앤더슨은 사건에 대해 조사를 하면서 토마스 크라운에 대해 혐의를 갖는다. 미술품 경매장에서 만난 토마스 크라운과 비키는 사랑에 빠지게 된다. 비키는 토마스 크라운의 범죄 사실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되지만 그에 대한 감정 때문에 혼란을 겪는다. 비키는 영리한 범죄자인 토마스 크라운을 끝까지 믿어야 할지 의구심을 품는다.
‘토마스 크라운’은 현대적인 범죄자 캐릭터다. 그는 충분한 부를 손에 쥐고 있음에도 범죄를 꾸민다. 하지만 총을 다루거나 흉기를 가까이하는 것은 꺼린다. 그리고 자신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는 이들을 고용하고 수족처럼 부린다. 직접적인 행동보다 전화를 통해 명령을 전달하는 것을 선호한다. 다시 말해서, 토마스 크라운은 영리하고 냉정한 남자다. 어쩌면 범죄자라기보다 사업가에 가깝다고 할 법한 그는 여성의 감정을 희롱하면서까지 범죄 행각을 멈추지 않는다. 할리우드의 고전 갱스터영화에 등장했던 무법자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토마스 크라운과 비키 앤더슨의 밀고 당기는 사랑의 방식, 불꽃튀는 화학작용은 소더버그 감독의 <조지 클루니의 표적>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 이후 미국 장르영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노먼 주이슨 감독은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에 대해 “스타일의 승리”라고 표현한 적 있다. 영화는 분할화면 프로세스의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작은 조각으로 나뉜 화면은 극의 상황 전개와 인물들의 행동을 동시에 담고 있다. 토마스 크라운이 얼마나 계획적이고 능란하게 범죄를 저지르는지 영화는 다른 설명없이, 분할화면으로 직접 보여준다. 극의 속도감을 배가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노먼 주이슨 감독은 평이한 상업영화를 만들었지만 독보적인 시각 양식을 지닌 연출자였다. 1960년대와 70년대 노먼 주이슨은 원색 사용을 선호하고 공간의 깊이감을 강조하는 촬영으로 평단의 호응을 얻었다. 그는 전형적인 이야기꾼이면서 영화가 시각매체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는 노먼 주이슨에게 상업적인 성공을 안겨주었다. 그는 이 영화로 ‘관능적인’ 범죄스릴러의 전형을 만들어낸 것이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wherever70@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