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루하치 쓰루지로 鶴八鶴次郞, 1938년, 흑백, 89분
메이지 시대 말기를 배경으로 여성 사미센 연주자 쓰루하치와 남자 가수 쓰루지로의 사랑과 갈등을 담은 ‘예도물’(藝道物) 장르의 영화. 젊은 나이의 두 사람은 인기가 높아서 극장 흥행주들에게 많은 돈을 벌게 해준다. 그러나 매번 공연이 끝날 때마다 싸우기 일쑤다. 두 사람은 서로를 진정으로 사랑했지만 둘 사이의 다툼이 계속 과열되면서 결국에는 헤어지게 된다. 조지 래프트, 캐롤 롬바드 주연의 미국영화 <볼레로>(웨슬리 러글스 감독, 1934)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원작보다 훨씬 뛰어난 수준을 보여주고 있으며 또 훨씬 ‘모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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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めし, 1951년, 흑백, 96분
나루세 미키오는 일본의 근대 여류 작가 하야시 후미코(1904∼51)의 소설을 좋아해 그녀의 소설 여섯편을 영화로 만들었는데, <밥>은 그 여섯편 가운데 첫 번째 영화에 해당한다. 다른 한편으로 플롯은 최소화하고 인물들의 억제된 심리묘사를 탁월하게 그려낸 이 영화는 50년대 들어 일어난 나루세의 ‘르네상스’를 알려준 작품으로도 의미가 있다. 영화는 오사카에 사는 한 부부의 이야기를 차분한 톤으로 담는다. 결혼한 지 5년이 다 돼가는 이들 부부는 아직 아이가 없고 점차 서로에게 권태를 느끼기 시작한다. 결국 아내가 집을 나가는 일이 벌어진다. ------엄마 おかあさん, 1952년, 흑백, 97분
열심히삶을 살아가는 강인한 한 여성에 대한 감상적이지 않으면서도 우아한 초상을 그린 영화. 영화는 도시코라는 젊은 여성의 관점에서
그녀의 어머니가 드라이크리닝 세탁소를 재건하려고 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집안의 아버지인 료스케는 전쟁 때 폭격으로 불타버린
세탁소를 재건하고자 밤낮으로 열심히 일한다. 그의 아내 마사코와 두딸 역시 최선을 다해 아버지를 돕는다.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가
그만 병으로 눕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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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 稻妻, 1952년, 흑백, 87분
가난하고의지가 약한 어머니와 그녀가 각기 다른 남자로부터 본 네명의 자식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23살의 젊은 여성인 기요코는
어머니와 함께 도쿄에서 살고 있다. 버스 차장으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아직은 많은 꿈을 꾸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기요코의
이복 자매인 미쓰코가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과 함께 막대한 보험금을 손에 쥐게 된다. 그러면서 가족들은 거대한 싸움의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하야시 후미코의 소설을 각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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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소리 山の音, 1954년, 흑백, 94분
저명한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을 각색한 <산의 소리>는 마치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 <만춘> 그 이후의 이야기를 나루세적인 관점으로
그리고 있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풍기는 영화다. 오즈의 영화에서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고 못내 결혼을 하고마는 딸로 출연했던
하라 세쓰코가 이 영화에서도 출연해 어느 중산층 가정에 시집온 정숙한 며느리 기쿠코를 연기한다. 기쿠코는 남편의 사랑은 전혀
받지 못하는 인물이다. 기쿠코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한 그녀의 남편은 다른 여자와 놀아난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시아버지는
더욱 기쿠코에게 살갑게 대한다. 부부 사이의 위기를 절제있게 잡아낸 연출력이 돋보이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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