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지아>
미국/빌 모리슨/2002년/70분/35mm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해온 빌 모리슨이 낡은 필름 조각을 모아 만든 첫 번째 장편실험영화. 안개 속에서 싸우는 복서, 자신의 몸에서 나온 지방을 태우는 여성, 환각에 빠진 중동지역 남자의 이미지들이 최면을 걸 듯한 오케스트라 음악에 실려 세월과 함께 퇴락해온 흔적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모리슨은 다섯 작품을 뉴욕 현대미술관 소장 목록에 올린 서른일곱살의 감독. 모든 사람이 테크놀로지를 신봉하면서 필름에 불멸의 생명을 부여하려는 지금, 모리슨은 시간이 할퀴고 간 필름을 수정없이 사용함으로써 그 헛된 노력을 탐구하는 정반대의 방법을 택했다.독일/미리암 데네 등 12인/2002년/60분/DV
열두명의 독일 감독이 각각 십만원에 가까운 99유로로 제작한 5분짜리 단편 옴니버스영화. 다큐멘터리와 연기, 광고연출, 영화잡지제작 등 다채로운 경력을 가진 이 감독들은 동유럽 한구석에서 벌어진 코믹하고 씁쓸한 일화나 어느 퍼포먼스 아티스트의 죽음, 동성애자들의 일상, 살해당할 위기에 처한 인기가수의 숨막히는 순간을 짧은 시간에 응축해 담아냈다.---------
<톰>
캐나다/마이크 훌붐/2002년/75분/베타
뉴욕 언더그라운드 그룹의 중요한 일원이었고 악명높은 비디오 아티스트이자 에이즈 환자, 재담꾼이기도 했던 톰 쇼몽의 전기영화. 그가 남긴
이미지들로만 만들어졌지만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독특한 해석 덕분에 픽션과 다큐멘터리를 넘나드는 아주 특별한 일대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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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이>
미국/제임스 포토폴러스/1999년/80분/16mm
한 남자가 등에 이상한 돌기가 돋아 있는 여자와 섹스를 시작한다. 느낌도 신음도 없는 건조한 섹스. 그러나 횟수가 보태질수록 남자는 혼자
침대에 누워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많아진다. 집안에서 번데기가 발견되고 여자의 돌기가 전염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처음엔 무한한 참을성이
필요하지만 차츰 빨려들게 되는 <변이>는 뉴욕 언더그라운드영화제 대상 수상작이다.
---------김현정 para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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