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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화면부터 섬뜩하군! <복수는 나의 것>

극단적으로 말해, 영화는 쾌감을 느끼기 위해 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잔인한 살육으로 점철된 전쟁영화나 호러영화라 하더라도, 피해자든 살인자든 끝에는 누군가의 승리가 있게 마련이고 그 승리가 바로 보는 사람에게 쾌감을 선사하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은 어떻게든 보지 않으려고 끝까지 발버둥쳤던 영화다. 감독의 의도 자체가 그런 재미와는 거리가 먼데다가, 불쾌할 만한 상황이 줄줄이 연출된다는 주위의 평가 때문. 그러나 영화의 독특한 구성과 장르에 대한 상반된 평가 또한 무시할 수 없어서, 영화를 보지 않을 수도 없었다. 사고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죽어버린 어린 소녀에, 유괴까지 저지르면서 필사적으로 살리려고 했으나 자살해버린 병든 누나에, 어린 딸의 시신이 부검당하는 것을 전기톱 소리와 함께 봐야 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며, 개인적으로는 우울한 영화보기의 극한을 경험했지만 말이다.

그 때문에 <복수는 나의 것>의 DVD 출시도 사실 그리 반갑지만은 않았다. 제작진의 명성으로 보아 타이틀에 담긴 서플먼트가 대단히 괜찮게 나올 것이라는 확신은 드는 데 반해, 다시 한번 그 우울한 영화를 봐야 한다는 것이 정말 부담스러웠던 것. 그러나 영화가 그랬던 것처럼, 잘 만들어진 서플먼트들에 대한 유혹 때문에 결국 DVD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본 이 타이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서플먼트가 담긴 스페셜 피처 디스크의 메뉴화면이었다. 메마른 손의 이미지에 말라붙은 듯이 번져 있는 핏자국이 더욱 스산한 느낌을 주는 이 메뉴화면은, <복수는 나의 것>이 어떤 영화인지를 바로 느끼게 해줄 정도로 영화의 독특한 분위기를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메뉴화면만 훌륭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제작진과의 충실하고 방대한 인터뷰가 보는 이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기 때문. 특히 제작 전반에 대한 의도, 방향성 등을 풀어주는 박찬욱 감독과의 긴 인터뷰와 오디오 코멘터리는, 영화에서는 너무 거북해 그 의도를 생각하기 어려웠던 많은 영화적 장치들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흥미진진하게 들을 수 있다.

이 밖에도 주연배우들의 각종 리허설 장면과 인터뷰 그리고 특수분장 과정 등을 골고루 맛볼 수 있는 ‘In Process of Mr. Vengeance’ 코너, 동영상으로 연출된 스토리보드에 실제 사운드를 입혀놓은 ‘Moving Continuity’ 코너 등이 매력적인 서플먼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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